‘펫테크(반려동물산업과 정보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사람의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하듯 반려견의 비문(鼻紋·코 문양)으로 식별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모바일 비문 인식은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는 동물병원에서 바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 간편청구 시스템도 구축된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최근 펫테크 기업 ‘핏펫’과 모바일을 활용한 반려견 비문 인식 솔루션 도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개의 코 모양인 비문은 사람의 지문처럼 반려견을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 펫보험 가입 시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반려견의 비문을 찍어 올리면 등록이 끝난다. 나중에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할 때 비문을 조회해 동일한 반려견인지 확인하는 식이다.
이 기술은 저조한 반려견 등록률, 미등록견 진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에는 반려견 식별에 내장형 마이크로칩 등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시행된 반려동물 등록제의 참여율은 여전히 낮다. 때문에 등록된 반려견만 가입할 수 있는 펫보험은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미등록견도 가입 가능할 경우 중복청구 문제로 손해율을 높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핏펫 관계자는 “마이크로칩은 개체 식별을 위해 스캐너가 필요하지만, 비문 인식은 스마트폰만으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또 보험업계에선 보험개발원을 필두로 펫보험금 청구 간편화를 추진 중이다. 보험개발원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반려동물 원스톱 진료비 청구시스템(POS)’을 개발한다고 공개했다.
청구시스템이 구축되면 복잡한 보험금 청구절차를 고객 대신 병원이 처리하게 된다. 보험개발원은 오는 5월부터 5개 손해보험사(한화·롯데·KB·현대·DB)의 가입자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슬개골 보장 등을 내세워 펫보험 출시 3개월 만에 5000건을 판매한 메리츠화재는 POS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미 자체적으로 ‘동물병원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시행하고 배타적 사용권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보편화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은 “일본에선 제휴된 동물병원 업체를 늘리는 데 3년이 걸렸다”며 “POS가 도입되면 동물병원마다 치료비도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삼성화재·DB손보, 펫보험에 ‘비문 인식’ 도입한다
입력 2019-01-3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