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회사의 강남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이 1월 중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강남센터를 열면서 미술시장의 ‘강남 시너지’가 기대된다. 신축한 서울옥션 강남센터는 K옥션 사옥과 불과 200~300m 떨어진 거리에 있다. 동종 업종 1, 2위 업체가 한 거리에 모임으로써 붐업 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옥션 강남센터는 지하 5층~지상 8층 규모로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했다. 1998년 1호 미술품 경매회사로 출범한 종로구 평창동의 서울옥션 본사 역시 그의 작품이다. 최근 둘러본 강남센터는 복층 형태로 천고를 9m로 높인 것이 눈에 띄었다. 높은 천장 덕분에 경매되는 작품에 기품이 입혀지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였다. 강남센터는 미술품 경매와 전시는 물론 아카데미, 기획 행사 등 문화공간으로도 적극적으로 운영해 컬렉터층의 저변 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옥경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평창동 본사에서 국내 최초로 미술품 경매를 시작해 미술 시장에 대한 인식의 기반을 다져왔다. 올해부터는 강남센터를 통해 강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서, 대중들이 미술품 경매를 더욱 가깝게 느끼고 경험하는 문화공간으로 다가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개관전으로는 ‘분청사기, 현대미술을 만나다’전을 마련했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까지 200여년간 제작된 분청사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관요(官窯) 대신에 지방 도요지에서 제작됐다. 엄격한 형식미를 벗어난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미감이 특징이다. 이런 분방한 표현성이 현대작품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김환기의 ‘붉은 점화’, 이우환의 ‘바람’ 등 추상화와 분청사기가 한데 어우러져 우리 전통미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다. 전시는 내달 20일까지다.
누구나 미술품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온라인 경매 ‘마이 퍼스트 컬렉션’전도 함께 마련했다. 1주일간의 프리뷰 전시를 거쳐 지난 24일 서울옥션 홈페이지를 통해 경매를 했다. 최소 30만원부터 시작하는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초보 컬렉터의 접근성을 높였다. 오프라인에서 실시하는 첫 메이저 경매는 내달 7일로 예정돼 있다.
K옥션도 반기는 분위기이다. K옥션은 2005년 출범해 2009년부터 신사동에 터를 잡고 있다. K옥션 손이천 홍보실장은 “아무래도 2개 경매회사가 같은 시기에 경매를 하면 주말에 손님들이 더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옥션 최윤석 이사는 “평창동 본사에서 경매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메이저 경매는 강남센터에서 주로 진행될 것”이라며 경쟁 격화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미술시장의 두 축인 경매와 화랑 중에서도 경매사로의 쏠림이 심화되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나온다. 지난해 경매 시장은 낙찰총액 2130억원을 기록하며 2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미술품 경매회사 강남 시대 활짝… 1·2위 업체 시너지 기대
입력 2019-01-3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