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만 65세 이상 고령 택시기사는 자격유지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통과하지 못하면 택시운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자격유지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치매검사 등 ‘의료적성검사’가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택시업계와의 의견 조율이 먼저”라며 의료적성검사의 세부기준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의 고령 택시기사는 약 7만8400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택시기사 약 27만명에서 29%를 차지한다. 해가 갈수록 고령 택시기사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고령 택시기사는 9만명, 2020년 10만3000명, 2021년 11만8000명, 2022년 15만5000명으로 증가한다. 이들이 그대로 택시기사 자격을 유지한다면 3년 뒤엔 전체 택시기사 중 절반 이상이 고령자다. 안전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다음달 12일부터 만 65세 이상 택시기사는 자격유지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이 시행된다. 지난해 2월 입법 예고 후 1년간 유예기간을 둔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현재는 고령 버스기사만 자격유지검사를 받고 있다. 만 65~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1년마다 시야각, 주의력, 기억력 등을 평가받는다. 탈락률은 1.5~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고령 택시기사 숫자가 증가하면서 교통사고 위험도 늘어 자격유지검사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자격유지검사 제도를 버스기사에서 택시기사로 확대하는 걸 골자로 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택시업계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만 65세 이상 택시기사 수가 버스나 화물차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탈락자가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령 택시기사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택시업계는 현행 자격유지검사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험이라 고령자가 치르기에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택시업계 지적을 받아들여 자격유지검사를 의료적성검사로 대체하는 방법과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지난해 4월 적절한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공고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의료적성검사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마련하면 ‘카풀 도입’ 때처럼 택시업계가 반발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료적성검사 기준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를 살피는 연구용역이 마무리 단계다”며 “치매 검사 등 안전운전에 필요한 신체기능을 기준으로 삼는 데 택시업계와 공감대를 형성하긴 했다. 다만 검사방법 등 세부 내용은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국토부는 현재 고령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자격유지검사를 고령 택시기사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추후에 택시업계와 협의해 의료적성검사 기준을 확정하고, 행정예고를 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제도 시행 첫해의 경우 대상자가 1년 이내로만 자격유지검사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혼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첫해는 대상자가 많아 보통 1년간의 여유를 준다. 그동안 의료적성검사 기준을 최대한 빠르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단독] ‘카풀’에 데었나… 고령 택시기사 자격검사 신중한 국토부
입력 2019-01-30 19:16 수정 2019-01-30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