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의 설문조사 결과 금융자산 10억원을 넘는 부자 고객들도 지난해 금융시장에서의 수익률이 1%대에 머물렀다. 경제연구기관들은 하나같이 불확실성 확대를 얘기한다. 공격적 자산 증식은 점점 어려워지는 시기다. “방망이를 짧게 잡아라” “늘리기보다는 지킬 때”라는 조언이 회자된 지도 꽤 됐다.
어차피 모두가 안전자산에 눈길을 주고 있지만, 그 속에서 차별화할 전략이 없는 건 아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달러화 예금으로 구성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한국보다 0.75% 포인트 높고 앞으로도 더욱 격차가 벌어질 미국의 기준금리,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치가 커지는 달러화라는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지난해에 비하면 달러의 가치가 각광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고 있고, 전 세계가 긴장한 미·중 무역전쟁이 끝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불확실성의 안개’가 완전히 걷힌 것도 아니다. 정윤희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팀장은 “속도가 느려지는 것일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없다는 게 아니며,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화할 우려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며 “고객들의 달러 비중을 조금씩 늘려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의 달러화 정기예금은 3개월 기준으로 2.3% 안팎 수준의 수익률을 거둔다. 달러화로 투자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경우 2% 중후반대까지 수익률이 높아진다. 정기예금이든 ELS든 원화에 비해 달러화는 금리 혜택을 안고 가는 것이다.
금리차에 더해 달러 가치 상승 시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는 점은 달러화 예금의 매력을 높인다. 환차익 ‘덤’은 비과세다. 연초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관측되며 위안화 강세에 따른 원화 강세 조짐이 보였지만, 그렇다고 달러화 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도 않는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지지선’이 1100원대에 형성돼 있다는 게 PB들의 이야기다. 김학수 KEB하나은행 도곡PB센터지점 골드PB팀장은 “원·달러 환율 1115원대에서 달러를 매입하려는 기업의 ‘대기 매수세’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달러를 향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고액자산가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김 팀장은 “분할 매수로 달러화를 계속 모으는 수요가 최근에도 많다”며 “현 상황에서도 달러는 매입하는 게 괜찮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 보유액을 보면 매월 360억 달러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가매수 이후 15~20원가량의 차이가 나타날 때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김현정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팀장은 “환율이 1100원대 수준일 때 ‘매수’ 의견을 드리는 편”이라며 “중장기적이라기보다는 짧게, 짧게 운영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재테크 암흑기… 남들 움츠릴 때 ‘달러화 예금’ 움켜쥐어라
입력 2019-01-31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