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72.45%가 민간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어린이집의 84%, 노인장기요양시설의 72%,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의 90%, 재가기관의 83%가 개인시설이란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사회서비스가 보편적인 권리로 제도화된 지 10년, 누구나 필요하면 자신의 권리로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정부가 이용자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에 골몰하는 사이 개인사업자는 급속하게 사회서비스 시장을 장악했다. 어쩌면 정부로서도 공공 인프라를 확충하기보다 사회복지에 시장을 세우고 각자 알아서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이 간편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재정으로 움직이는 사회서비스 시장의 폐해는 좀처럼 잦아들 줄 모른다. 어린이집, 유치원의 부실 급식과 아동학대는 매해 반복적으로 터지는 사건이다. 장기요양급여 부당청구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해 2016년 384건이고 부당청구액이 수백억원이니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사익을 취하려 불법운영을 하고, 지나치게 영세해 역량이 되지 않는 기관이 양산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무상보육이니 치매안심국가니 외치다가는 모두 사상누각이 될 판이다.
현 시점에서는 왜 이러한 사회서비스 인프라를 갖게 되었는지 따지기보다 현재까지의 공급정책과 공급 구조가 미래에까지도 초래할 사회적 불신과 재정적 비효율에 주목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일 것이다. 물론 사회서비스 시장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공기관 설립 기준 강화와 서비스 단가 상향 등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도 사회서비스 공급에 참여해 법대로 운영되고 공적 책무성을 실현하는 공급 부문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관리·감독으로만 제한하던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직접 생산으로까지 확장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 경기, 대구, 경남에서는 이러한 사회서비스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불안정 서비스 노동자와 개인 자영업자를 양산해낸 사회서비스 시장의 폐해를 수습하는 책임 있는 처방이다. 보건복지부는 ‘커뮤니티 케어’도, ‘치매국가책임제’도 지역사회에서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기관들이 만들어져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고-양난주] 사회서비스 시장의 사전약방문
입력 2019-01-3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