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손잡고 가기 좋은 공연, 나들이 장소, 전시를 소개한다. 아이들이나 어르신과 전통 공연을 보거나 고궁 나들이를 가면 연휴가 더 뜻 깊을 것이다.
국립국악원은 5~6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설맞이 공연 ‘돈豚타령’을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소속 예술단인 정악단, 무용단, 민속악단, 창작악단이 모두 출연한다. 연희집단 ‘The 광대’의 길놀이로 시작하는 이 공연은 정악 ‘대취타’, 궁중무용 ‘학연화대처용무합설’ 등으로 이어진다. 공연 전후 떡메치기, 투호,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체험 행사도 준비된다.
서울남산국악당은 4~5일 서울 중구 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설 특별공연으로 ‘김매자의 춤-샤이닝 라이트’를 준비한다. 한국 창작 춤의 대모로 불리는 김매자가 새해 희망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어둠에서 광명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내용의 춤 ‘일무(日舞)-해를 맞이하는 춤’을 감상할 수 있다.
국립무용단은 5~6일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명절 기획 시리즈 ‘설·바람’을 올린다. 여러 가지 새해 기원을 담은 풍성한 우리 춤 잔치다. 새로운 몸과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신일’로 시작되는 공연은 선비정신을 표현한 ‘한량무’, 맑은 방울 소리가 청량하게 들리는 ‘당당’ 등을 거쳐 빠른 호흡과 장단의 ‘북의 시나위’로 마무리된다.
국립부산국악원은 5일 부산 국악원 대극장 연악당에서 설맞이 공연 ‘새해, 첫날’을 무대에 올린다. 창작무용 ‘꽃나부풍장놀이’, 판소리 흥보가 중 ‘흥보 박타는 대목’, 민속연희 ‘삼도설장구가락’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국립남도국악원도 같은 날 전남 진도 향토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새해 새나래’ 공연을 한다. 부채춤, 진도아리랑, 대동놀이를 감상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연휴기간인 2~6일 서울 4대궁과 종묘, 조선 왕릉을 무료 개방한다(창덕궁 후원 제외).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도 연휴기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옛 건축 자체가 주는 여유로움에 빠져 궁궐을 산책하는 것도 좋고, 각종 행사를 챙기면 재미가 배가된다. 경복궁 집경당에서는 5~6일 전각 아궁이에 불을 피워 전통 온돌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집경당에서 세배를 하며 왕실 가족이 된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덕수궁 함녕전 앞에서는 연휴 내내 투호, 제기차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다.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에서도 설 당일을 제외한 6~7일 풍성한 즐길거리가 기다린다. 돼지띠 관람객이라면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복주머니를 ‘득템’할 수 있다. 올해는 ‘날떡국’ 만들기 체험이 새롭다. 가래떡이 귀하던 시절, 충북지역에서 쌀가루를 끓는 물에 익반죽해 끓여먹던 떡국을 말한다. 본관 앞마당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8호인 동래야류(탈춤의 일종),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0호인 광명농악 한마당이 열린다. 어린이박물관 앞에서는 손가락팽이, 실팽이, 오방석제기를 해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등 13개 소속 박물관에서도 2~6일(5일 제외) 윷놀이, 투호놀이, 떡메치기 등 민속놀이를 할 수 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6일 오후 3시 각 지방의 아리랑과 풍물, 탈놀이, 민요 등이 어우러진 전통 연희극 ‘으랏차차 아리랑’을 무료로 무대에 올린다. 전시를 좋아한다면 옛 서화와 청자·백자 상설 전시장을 찾아 전통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른 전시장도 문을 활짝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6일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 청주관 4개관을 무료 개방한다(4일 청주관 휴관, 5일 서울관·청주관 휴관). 미술사의 혁명을 일으킨 마르셀 뒤샹의 ‘변기’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서울관의 ‘마르셀 뒤샹’전, 인류 문명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는 과천관의 ‘문명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잔상을 떠올리게 하는 덕수궁관의 ‘대한제국의 미술: 빛을 꿈꾸다’, 청주관 개관 특별전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등은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하다. 3일은 얼리버드 이벤트를 통해 선착순 20명에게 달력도 준다.
예술의전당에서도 여러 전시가 열려 취향대로 골라 볼 수 있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에르제: 땡땡(Tintin)’전은 땡땡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전시인데, 프랑스 영국 덴마크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땡땡은 ‘유럽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1907~1983)가 그린 ‘땡땡의 모험’의 주인공이다. 땡땡은 소년 잡지의 기자로 애완견 밀루를 데리고 세계를 다니며 취재 겸 모험을 떠난다. 에르제의 오리지널 드로잉과 회화, 사진, 영상 등 총 477점의 작품이 작가 연대기순, 여행지별로 펼쳐진다.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피카소와 큐비즘전’이, 서예박물관에서는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치바이스를 조명하는 ‘치바이스와의 대화전’이 열려 동서양 미술의 혁신가를 비교해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2~6일 휴관 없이 개관한다. 인간의 달 착륙의 감동을 기하학적 추상회화로 풀어낸 한묵 작가의 유고전인 ‘한묵: 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가 한창 관객을 모으고 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강주화 기자 yosohn@kmib.co.kr
설 연휴 입장료 공짜, 갈 만한 미술관·박물관 어디
입력 2019-02-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