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첫 재판 하루 전 변호인단 돌연 전원 사임… 林도 “불출석”

입력 2019-01-30 04:03 수정 2019-01-30 10:07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첫 재판을 하루 앞둔 29일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은 돌연 전원 사임했다. 수사기록 검토를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부가 공판기일을 지정한 데 따른 반발인 것으로 보인다. 30일 예정된 첫 재판은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 전 차장이 서울구치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 11명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법무법인 소백의 황정근 변호사, 법무법인 청림의 김창희 변호사, 법무법인 민의 김경선 변호사 등이다.

임 전 차장 재판은 수사기록 열람·등사(복사) 문제를 두고 공판준비절차부터 잡음을 내왔다. 공판준비기일 초반 검찰은 공범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수사의 밀행성을 위해 기록 전체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수사기록의 40%만 넘겨받은 변호인단은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맞섰다.

변호인단은 2회 공판준비기일 이후 수사기록 전부를 넘겨받았다. 수사기록은 8만 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재판에서 “수사 기록 복사에만 수일이 걸린다”며 “기일을 넉넉히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 전 차장 구속 기간(5월 14일) 등을 고려해 심리 일정을 더욱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판 일정을 놓고도 재판부와 갈등을 빚었다. 재판부는 사안이 방대한 만큼 주 4회 재판을 계획했다. 이에 변호인단 내부에서는 무리한 진행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결국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은 첫 재판 하루 전 전원 사임이라는 강수를 뒀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일단 재판을 열고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공판을 열고 검찰과 논의한 뒤 기일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정식 공판기일은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진행할 수 있다. 또 임 전 차장 사건은 변호인 없이 개정할 수 없는 ‘필요적 변론 사건’이다. 임 전 차장이 계속해서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법정에 인치(引致)할 수 있다. 변호인이 추가로 선임되지 않으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날 사법농단 의혹 사태를 사실상 촉발한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는 법원 내부전산망에 글을 올리고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을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