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칼에 적극적(경영참여형) 주주권행사를 검토하고 있는 국민연금 앞에 ‘10%룰’ 암초가 나타났다. 10%룰은 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주주가 지켜야할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형으로 바꿀 경우 6개월 이내 발생한 주식의 매매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단기 매매차익을 거두지 못하게 돼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주주권행사로 한진그룹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주식이 제대로 평가를 받아 되레 장기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 측은 10%룰 예외적용을 원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런 부분까지 종합 판단해 다음 달 1일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논의 중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9일 2차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기금운용위는 수탁자책임전문위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지난 23일 열린 수탁자책임전문위 1차 회의에선 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반대했다. 반대 근거는 ‘10%룰에 따른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이 수익성에 미칠 악영향이었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식으로 얻은 단기 매매차익은 2016~2018년 469억원에 이른다. 즉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이사해임 등의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면 앞으로는 이런 단기 매매차익을 거두지 못하게 된다.
기금운용위는 금융위에 10%룰의 예외 적용이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권해석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원칙적으로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예외를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에만 10%룰 적용을 예외로 해주면 다른 연기금이나 민간 투자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단기 매매를 부추기는 것이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이 목적인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다음 달 1일 대한항공에 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임원자격에 제한을 두는 정관변경 등의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재선임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하는 선에서 그칠 수도 있다. 이는 경영참여형 주주권행사는 아니다.
다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의 다수 의견과 다른 결론을 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대기업의 위법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여기에다 단기 매매차익 반환이 반드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대 경영학부 박창균 교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로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주식이 오르게 되면 수익성은 좋아지는 것”이라며 “경영참여를 하는 대신 주식 단기매매를 하지 않고 보유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국민연금의 경영참여형 주주권행사 ‘10%룰’ 암초 만났다
입력 2019-01-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