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세론’ 확산, 전대 출마 선언한 날,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입력 2019-01-30 04:00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그는 “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원내외 투쟁을 펼쳐 올해 안에 이 정권의 망국 정책을 폐기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링 위에 공식적으로 올랐다. 황 전 총리는 입당 2주 만에 당권 레이스의 ‘태풍의 눈’이 됐다. 그는 “주사파 운동권이 퇴행시킨 대한민국을 되살려내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당권 도전의 걸림돌 하나를 치워줬다.

황 전 총리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진영 대권주자로서 한 발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정권을 되찾고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당대표가 된다면 단순한 승리를 넘어 한국당을 압도적 제1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출마선언문은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국민적 고통과 불안의 뿌리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 때문”이라고 규정하면서 “젊음과 역동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에서 지금은 도전이 멈추고, 꿈은 사라졌다. 낡고 무기력한 나라로 무너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며 “철 지난 좌파 경제 실험인 소득주도성장이 이 정권의 도그마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이 정권이 추구하는 통일과 국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통일이 같은 것인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황 전 총리는 “강력한 투쟁으로 올해 안에 소득주도성장, 탈원전을 비롯한 이 정권의 망국 정책을 반드시 폐기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자유우파의 대통합을 시급한 과제로 들었다. 그는 “확고한 원칙이 외연 확대에 장애가 된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 기둥이 튼튼해야 ‘빅텐트’도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친박(박근혜) 색채가 진하고 ‘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가 한국당의 얼굴이 되면 당 지지율 제고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황 전 총리의 출마선언 1시간여 뒤 당 선관위는 그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키로 결론을 냈다. 당대표 경선 입후보 자격을 인정한 것이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오늘 결정으로 더는 (출마 자격) 논의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종 의결 권한은 비상대책위원회에 있지만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

황 전 총리는 이날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처음 1위에 올랐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5일 19세 이상 성인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7.1%를 기록해 2위 이낙연 국무총리(15.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황 전 총리는 “국민들이 살기 어렵다는 마음의 표시를 자유우파 쪽을 향해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내에서는 ‘황교안 대세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옛 친박 성향 의원들이 그를 중심으로 빠르게 규합되면서 ‘친황파’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에 맞서는 반황 움직임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당권 경쟁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 당이 도로탄핵당, 국정농단당, 친박당, 병역비리당으로 회귀하게 방치하는 것은 보수우파 세력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벌써 줄서기가 시작됐다. 권력을 따라 끊임없이 날아드는 불나비처럼, 어휴…”라고 우려했다.

지호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