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 건강하고 결혼하고”… 새해 소망 물었더니

입력 2019-02-02 04: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이들은 설날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요. 청춘들은 어떤 사랑을 꿈꾸고, 그들의 소망은 무엇일까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지만 우린 서로 가족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명절마다 가족 갈등에 관한 기사가 넘쳐나는 것도 서로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일 테죠.

국민일보 취재대행소 왱은 올해 설을 앞두고 5세부터 74세까지 70명에게 설날 소원을 물었습니다. 대부분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뜸을 들였습니다. 약간의 고민 끝에 나온 대답은 거창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한 해가 되는 게 소원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난해만 같길….”

그들의 답변에선 우리 이웃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가 여실히 묻어났습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했습니다. 연서(6)는 “야옹이 인형이 갖고 싶다”고 했고, 건이(7)는 “생일 때 장난감을 받는 게 소원”이라고 했죠. 황다인(12)양의 설날 소원은 “키 5㎝ 크기”입니다. 8살 김하음양은 “친구 많이 사귀고, 공부 잘해서 엄마 아빠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아이들은 성적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김효경(14)양의 소원은 “중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이었고, 김대은(15)·김진웅(17)군과 신승현(18)양은 “시험 성적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20대의 관심사는 역시 취업이었습니다. 그들은 올해 소원으로 스펙 향상과 취업을 꼽았습니다.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들은 직장생활의 고민이 깊었습니다. 김지혜(28)씨는 “취직한 곳에 잘 적응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30대 고민 중에는 결혼이 많았습니다. 정유미(34)씨는 “요즘엔 좋은 사람 만나서 가정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죠. 30대 후반이나 40대 중에도 결혼을 올해 소원으로 꼽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점점 결혼이 늦어지는 세태를 보여줍니다. 김지양(37)씨는 “함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평생의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고, 김창섭(42)씨는 “돈 많이 벌어서 장가가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청년들이 직장이나 결혼만 고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의 답변에는 삶에 대한 치열함과 희망도 묻어났습니다. 강동인(21)씨는 “정신없이 바쁜 스무 살을 보냈는데 올해도 잘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고 싶다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이주앙(26)씨는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소원”이라고 했고, 박윤수(33)씨도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소원을 말했습니다.

마흔이 넘은 이들의 소원은 자신보다 가족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박상대(45)씨는 “가족들과 모여 살고 싶다”고 했고, 노길희(49)씨는 “가족들이 날마다 감사하면서 사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인 삶을 갈망한다는 사실도 느껴졌습니다. 50대들은 특별한 소원을 이야기하기보다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광호(54)씨는 “예수님을 좀 더 잘 믿었으면 좋겠고,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고, 김영환(56)씨는 “그냥 별 탈 없이 지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은(50)씨는 “내 집 마련”을 새해 소원으로 꼽았습니다.

노인들은 역시 자식 걱정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식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하는 어르신도 있었죠. 김옥분(68)씨는 “내가 아프면 자식들이 부담되니까 건강을 챙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성용(65)씨는 “첫째가 이번에 취업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고, 김송희(72)씨는 “첫째는 건강, 둘째는 자식들이 자기 분야에서 좀 더 인정받기”를 희망했습니다. 노인들은 사회에 봉사하며 노년을 보내길 원하셨습니다. 김수헌(69)·김동수(73)씨는 올해 남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취재대행소 왱은 지난해 6월부터 석 달간 5세부터 74세까지 70명에게 25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모님 말씀은?”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은?” “당신에게 사랑이란?”….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답변을 마친 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국민일보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의 ‘ASK-우리를 이어주는 25가지 질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올 설에 가족들이 모이면 서로가 생각하는 행복,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꿈꾸는 사랑에 대해 얘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여러분도 이야기 해주세요. 여러분들의 새해 소원은 뭔가요?

기획 이다름, 영상 전병준 기자, 디자인 이재민, 이용상 기자 sd377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