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울린 ‘빨간 마법’ 지난해 7200억 끓었다

입력 2019-01-31 22:00
1986년 10월생인 농심 ‘신라면’은 태어난 지 5년 만에 업계 최강자가 됐다. 1991년 국내 라면시장 1위에 오른 뒤 28년 동안 단 한 번도 최고 자리를 내 준 적이 없다. 지난해 신라면이 기록한 국내외 매출은 약 7200억원이었다. 식품 분야에서 단일 브랜드로 신라면만큼 높은 매출을 올리는 제품은 아직 없다.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셈이다.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는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얘기가 아니다.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해외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 TV에 이어 신라면이 3위에 올랐다. 세계 100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중국, 미국 등 ‘빅마켓’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브랜드 가치는 지금도 상승 중이다.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글로벌 매운맛 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신라면의 미주 지역 매출은 2015년 6000만 달러(약 670억원), 2016년 6500만 달러(약 730억원), 2017년 7600만 달러(약 85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신라면 매출 호조에 힘입어 농심아메리카(미국법인) 매출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한 2억2500만 달러(약 2513억원)를 기록했다.

미국 라면시장에서 농심은 점유율 3위(1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라면업체인 동양수산(46%), 일청식품(30%)이 버티고 있지만 농심은 빠른 성장세로 2위 업체를 추격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에 입점해 미국 주류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신라면은 한인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이 됐다. 신라면블랙은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시애틀에 문을 연 무인매장 ‘아마존고’에 유일하게 입점 된 봉지라면이다. 농심 관계자는 “판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식 입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인민일보 인민망이 발표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명품’으로 선정됐다. 중국에서 신라면의 성공 전략은 ‘고급화’에 있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 전역의 1000여개 영업망을 통해 시장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중국 진출 20년 만에 40배 성장을 일궜다”고 말했다.

신라면은 농심이 라면업계 1위를 사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이다. 85년 농심이 처음으로 1위에 오른 뒤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한 게 신라면이다. 소고기장국의 매운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개발팀이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을 실험했고,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다진 양념’을 연구했다.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 쫄깃한 식감’의 면발을 구현하기 위해 200여 종류의 실험용 면발도 만들었다.

당시 신라면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하루 평균 3봉지 정도의 라면 먹어가며,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의 양과 온도를 측정하며 맛을 감별했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태어난 신라면은 출시 후 3개월 동안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1991년 라면 브랜드 매출 1위가 된 뒤 1992년 1000억원 돌파, 2008년 5600억원, 2018년 7200억원을 기록하며 굳건한 입지와 함께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