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찜보다 구이… ‘명절 한우 선물세트’ 시장 판도 변화

입력 2019-01-31 21:46 수정 2019-01-31 22:46
모델이 지난 26일 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서 냉장 한우 선물세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1년차 새댁 김희정(32)씨는 친정과 시댁에 보낼 설 선물을 고르려고 남편과 함께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고민에 빠졌다. 김씨는 스테이크용 등심을 보내고 싶었지만 남편은 찜용 갈비를 사야 한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친정과 시댁 모두) 설 상차림도 안 하는데 번거롭게 갈비찜이 웬 말이냐”는 말을 듣고서야 남편은 고집을 꺾었다. 김씨는 31일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간단하게 구워먹을 수 있는 고기가 최고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자 입맛 등이 변하면서 명절 선물로 스테이크 등 구이용 냉장 한우를 찾는 소비자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갈비찜 등에 주로 사용되는 냉동 한우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사람은 줄었다. 최근 1~2인 가구 증가와 명절 상차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변화로 풀이된다.

이마트가 최근 4년간 설 한우 선물세트 매출을 분석한 결과, 구이용 위주로 구성한 냉장 세트 매출 비중이 2015년 36.5%에서 지난해 42.1%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올해는 4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냉동 세트 매출은 63.5%에서 57.9%까지 떨어졌다. 과거보다 가족 구성원 수가 줄고 명절 문화가 바뀌면서 생긴 변화라고 이마트는 분석했다.

명절 상차림을 준비하는 대신 가족과 간단하게 식사하는 문화가 확대되면서 쉽게 구워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 등 구이용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 한우 구이 부위 매출 1위인 등심 매출에서 ‘스테이크컷’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 5%에서 지난해 말 40%까지 급증했다. 4년 사이 8배 수준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마트는 “매장 내 ‘스테이크 전용존’이 생길 정도로 스테이크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이런 수요를 파악하고 올 설에 ‘시즈닝 스테이크 세트’를 내놨다. 시즈닝 스테이크 세트(시즈닝 한우등심스테이크 2.4㎏·올리브유 250㎖·홀그레인머스타드 190g·페스토알라제노베시 200g)는 스테이크용으로 가장 인기있는 부위인 등심을 시즈닝(향신료 등을 더한 양념)해 맛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최근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이마트는 ‘피코크 한우 드라이에이징세트’(한우 1등급 드라이에이징 숙성육 3㎏)와 ‘피코크 WET(웻)에이징 한우등심 1+등급세트’(WET 에이징 한우등심 1+등급 2㎏) 등 자체 ‘미트센터’ 숙성고에서 숙성시킨 선물세트도 내놨다.

이마트에 따르면 숙성한우 선물세트 설 매출은 2016년 첫 판매 후 2017년 22%, 2018년 32%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두 자리 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