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오픈뱅킹 ‘금융혁신’ 기대감… 신뢰 확보는 숙제

입력 2019-01-30 04:03 수정 2019-01-31 16:53
은행이나 카드, 보험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별 금융정보가 통합 활용되는 ‘마이데이터(MyData)’ 산업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은행계좌를 한눈에 조회하고 송금·금융상품 가입까지 가능한 ‘오픈뱅킹’ 제도도 도입된다. 고객은 더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금융권에선 혁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이런 제도를 시행 중인 영국에서는 여전히 고객 인지도나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혁신’이란 장밋빛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객이 느끼는 효용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내 은행들은 각 은행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규모가 큰 핀테크 업체뿐 아니라 다른 은행과도 공유하는 ‘오픈뱅킹’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마이데이터 등 빅데이터 산업에도 올해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핀테크 업체들과 현장간담회를 갖고 “금융권 전반에 핀테크 혁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의 금융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는 현재 시행 중이다. 핀테크 업체 레이니스트가 운영하는 ‘뱅크샐러드’가 대표적이다. 뱅크샐러드 앱은 공인인증서 등을 활용해 각 금융사 고객의 금융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한 화면에 보여준다. 고객의 재정현황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오픈뱅킹 서비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은행 간 장벽까지 허문다. A은행 앱에서 B은행 계좌 현황을 조회하고 송금도 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기술이 결합되면 통신요금이나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 세금 납부 내역 등도 금융사의 신용평가에 활용될 수 있다.

영국은 이런 서비스가 상용화된 상태다. HSBC, 바클레이 등 대형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손을 잡고 다양한 오픈뱅킹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HSBC는 지난해 ‘커넥티드 머니(Connected Money)’라는 오픈뱅킹 앱을 출시했다. 고객은 이 앱을 통해 다른 은행계좌와 카드 사용내역 등을 볼 수 있다. 30개 항목에 걸쳐 고객 지출내역을 분석해주기도 한다. 글로벌 은행 산탄데르는 ‘머니박스(Moneybox)’라는 금융정보 앱과 제휴해 고객의 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액(1파운드 미만)을 예금 계좌나 투자 상품으로 자동이체해주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오픈뱅킹 서비스의 인지도는 낮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기술컨설팅기업 스플렌디드 언리미티드가 영국인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5%만이 “오픈뱅킹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20%만이 오픈뱅킹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오픈뱅킹 서비스는 고객보다 금융사에 더욱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윤보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오픈뱅킹의 미활성화는 개인데이터 보안에 대한 낮은 신뢰도 등에 기인하고 있다”며 “금융 당국과 금융사들은 다른 국가 사례를 참조해 데이터 관리의 안전성과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효용성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