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 조정 위해 곧 협상”

입력 2019-01-29 18:55
서훈(가운데) 국가정보원장이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비공개 회의 직후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서 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공동선언문의 문안 조정을 위해 곧 실무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국 정보 당국이 밝혔다. 양측이 정상회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으로 조만간 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 수조원대 ‘대북 경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29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미 실무협상에서 경호·의전 등 2차 정상회담 준비와 함께 공동선언문 문안 조정을 위한 의제 조율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고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말했다. 미 백악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시기를 ‘2월 말’로 공식 발표한 뒤 공동선언문 준비 동향이 언급된 건 처음이다.

국정원은 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이달 중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것과 관련해 “양측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제반사항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가 상당한 만족감을 표하고 있고 실무협상도 본격화한 만큼 비핵화 협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두 번째 정상회담인 만큼 의제가 좁혀지지 않고 성과가 예상되지 않으면 날짜·장소를 공식 발표하기 어렵다”며 “공동선언문 얘기가 오간다는 건 북·미 간 입장 조율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관계 개선, 항구적 평화 정착, 완전한 비핵화, 유해 송환의 4개 항으로 이뤄진 포괄적 선언이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비핵화·상응 조치가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해 미 워싱턴타임스는 28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줄 특별 경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 등 제3의 기관에 대금을 예치해 놓고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상대방이 인출할 수 있도록 한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한 방식이다. 이런 구상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맡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은 비건 대표가 최근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측에 이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 대북 보상을 위한 자금은 수십억 달러로 북한 인프라 투자에 사용되고,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분담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2일 “비핵화 달성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취해지고 올바른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인프라 구축 등에 민간 부문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맥이 닿는 내용이다.

미 정부는 정상회담 후보지로 거론되는 베트남 하노이, 다낭, 호찌민과 태국 방콕에 실사팀을 동시다발적으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실사팀은 숙소로 쓸 만한 호텔 등을 점검하며 2월 중순에서 3월 둘째 주 사이에 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