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사진) 전 대통령이 29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장이 교체된 상황에서 구속 기간 내에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에 보석 허가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청구서에 “재판이 구속 기간 만료일 내에 과연 충실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보석을 청구하게 된 배경에는 28일 발표된 법원 정기 인사가 있다. 대법원이 이 전 대통령 재판부의 재판장인 김인겸 부장판사를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보임하면서 재판부가 바뀌게 됐다. 인사는 오는 14일자로 시행된다. 강 변호사는 청구서에 “새 재판부가 구성되는 날을 기준으로 구속 기간 만료일을 55일 앞두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재판부가 사건을 파악하는데 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구속 기간 만료까지 계획된 증인신문 등 최소한의 심리도 완료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속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충분히 재판받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에서 증인들을 대거 신청했다. 채택된 증인만 15명이다. 증인 없이 진행된 1심도 5개월이 걸렸다.
오는 4월 9일 0시 구속 기간 만료 전에 선고하려면 3월 안에 심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재판부는 지난달 12일부터 2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9번의 재판을 진행했다.
강 변호사는 청구서에서 이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해 “78세의 고령인 데다 당뇨와 기관지확장증을 앓고 있다.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까지 앓고 있어 재판 빈도를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담았다.
보석 석방이 적절한지 심리하는 절차인 보석심문기일이 언제 열릴지는 미지수다. 기존의 재판부가 기일을 지정해 조속히 보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새로운 재판부에 넘길 수도 있다.
과거 구속된 전직 대통령 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는 없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석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든 재판 절차에 대응하지 않고 있어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이명박 前대통령, 법원에 보석 청구… “재판부 바뀌고 건강도 악화”
입력 2019-01-29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