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내 친구는 담당 공무원도 있다는데…, 주인님 제 행복권은요?

입력 2019-02-09 04:00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언젠가부터 우리에겐 애완견, 애완동물이란 단어가 평범한 보통명사가 됐다. ‘애완(愛玩)’이란 한자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가지고 놀기 좋다’는 뜻이다. 강아지와 동물을 자신의 장난감처럼 여긴다는 의미다. 어느덧 우리나라도 반려견 1000만 시대에 돌입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셈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등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애완’이란 단어는 금지된 말 중 하나다. 절대 동물이 장난감 같은 생명 없는 사물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의 유기견 안락사 논란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방치돼 왔던 동물복지 문제가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현실을 이대로 둬도 좋을까. 원하면 펫숍이나 동물병원 등에서 언제든 강아지와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고, 남의 눈을 피해 동물을 유기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반려동물을 학대·방치·유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의무화된 반려동물 등록은 실상 소유주들에게선 외면받고 있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면서도 제대로 훈련시키고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은 희박하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동물보호법은 1991년 제정돼 수차례 개정됐다. 주로 동물을 학대할 경우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처벌조항’이 강화되는 방향이었다. 이 법상 동물학대죄는 ‘동물을 이유 없이 죽이는 행위’ ‘동물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 ‘동물을 포획해 판매하는 행위’ 등에 해당한다.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동물 유기 행위에 대해선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돼 있다. 과태료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불법주차처럼 행정적 처분에 불과해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지난달 8일 부산 해운대구 한 오피스텔 18층에서 견주 A씨가 포메라이언 3마리를 밖으로 던져 모두 죽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강력하게 처벌해 반드시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그동안 우리 사법부의 판단은 매우 미약했다. 기르던 개를 몽둥이로 30분간 때린 견주가 무죄 판결을 받았고, 자신의 개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이웃집 개를 기계톱으로 도살한 사건에 대해선 벌금 70만원이 선고됐다. 이웃집 고양이를 10층 창밖으로 던져 죽인 이에게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런 전례(前例)로 추측해보면 부산 사건에 대해서도 중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와 수사 당국의 ‘온정적’ 처리는 ‘보통사람들’의 동물 학대에 대한 감수성을 둔화시키기 마련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은 아직 동물복지를 논할 만큼 상향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물보호법에도 가정에서 길러지는 동물들의 권리 등에 관한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견주와 묘주들의 의무에 대해서도 규정해놓지 않았다. 동물은 사람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대상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서구사회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동물 관련 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스웨덴 등지에선 동물보호 법률이 19세기 후반 제정됐다. 가족처럼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일상화됐다는 뜻일 것이다.

스웨덴의 동물보호법에는 맨 먼저 반려동물의 종류에 따른 행복추구 권리가 설명돼 있다. 반려견의 경우 하루에 어느 정도 햇빛을 쬘 수 있어야 하는지, 활동량에 맞는 산책을 보장받아야 하는지, 얼마나 묶여 있어도 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만약 견주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받도록 돼 있으며 누구든 위반 견주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해놨다.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도록 정해놓은 건 우리나라와 같지만 법 적용이 훨씬 엄격한 것은 전혀 다르다. 무분별하게 반려동물을 생산하고 분양해 이윤을 취하는 반려동물 사육업자들의 난립을 막기 위한 조항도 눈에 띈다. 개인 또는 동물병원, 사육업체 등을 통한 사적(私的) 입양을 전면 금지하고, 반드시 반려견은 국가 공인 브리더를 통해서만 입양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역시 비양심적 동물 대량 생산과 불법 유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반려동물의 자연분만이 아닌 경우 유기견 외에는 분양받지 못할 정도다.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는 최근 ‘동물이 12시간 이상 물과 식량을 제공받지 못했을 경우 이를 인지한 개인은 누구든 반려동물 주인의 사유지에 들어가 물과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동물보호법 조항을 신설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동물보호 공무원이 따로 있을 만큼 반려동물 보호에 적극적인 국가다. 만약 반려동물 주인이 해당 동물에게 해를 입히거나 유기했다고 판단되면 즉시 이 동물을 압수하고 주인을 처벌하도록 해놨다. 이웃주민이라도 반려동물을 방치 또는 학대하는 사람을 신고토록 한 신고의무 조항도 있다. 반려동물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반드시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도 규정해놨다.

이들 선진국에선 반려동물 건강보험도 일반화돼 있다. 2017년 미국 반려동물 보험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는 이에 가입한 비율이 전체 반려동물의 40%를 넘고 영국 25%, 노르웨이 14%, 네덜란드 8%, 프랑스 5% 등이었다.

반려동물 키우려면 의무도 지켜야

반려동물도 행복추구권이 있다는 말이 ‘반려동물을 인간과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만큼 반려동물은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화하고 훈련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이 훈련은 해당 반려동물 주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사건이 벌어져도 일반 폭행사건처럼 쌍방 합의 정도에 따라 처벌하는 게 상례다. 이유는 동불보호법이 반려동물이 인간을 공격하거나 다른 반려동물에 해를 입힐 경우 처벌토록 하면서도 반려동물 주인의 의무를 규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화 훈련을 거치지 않은 대형견, 예컨대 저먼 셰퍼드, 불독, 진돗개 등은 주인 이외의 사람에게는 맹수와도 다름없이 행동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견주는 반려동물을 훈련시키고 타인과 친숙해지도록 사회화시킬 의무를 진다.

캐나다는 만약 반려견이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공격을 감행할 경우 1만 캐나다달러의 벌금을 물거나 정도에 따라 징역형을 선고받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당연히 반려견을 훈련시킬 의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정해놨다. 미국 등도 마찬가지다.

2017년 유명 연예인이 키우던 강아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집 여성을 물었고, 이 여성은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연예인 바로 옆집에 살던 이 여성 가족들은 “친분이 두텁고 개가 문 것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며 견주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이 연예인이나 반려견이 처벌됐다는 소식은 없었다. 당시 우리 동물보호헙이 반려견의 훈련을 의무화했다면 이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반려견 전문가들은 “강아지를 키우려면 훈련은 필수”라고 얘기하고 있다. 자신이 키우거나 키우게 될 반려견의 종류와 특성을 꼼꼼하게 공부하고 해당 반려견의 성격을 파악한 뒤 적절한 방법으로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개’가 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