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한진칼, 주주명부 공개하라”… 고삐 죄는 KCGI

입력 2019-01-29 19:05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KCGI가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는 최근 한진과 한진칼의 주주명부 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며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를 위한 첫발을 뗐다. 대한항공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는 등 3월 한진그룹 주주총회를 앞두고 안팎으로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 측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과 한진의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주주명부에는 주주의 이름과 주소, 보유주식의 종류와 수가 담겨 있다. KCGI 측은 “해당 사건 결정을 송달 받은 날부터 휴일을 제외한 7영업일 동안 영업시간 내에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며 “불이행할 경우 이행 완료 시까지 하루에 1억원씩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상법상 주주와 채권자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주주명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KCGI의 행보는 소액주주 결집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3월 주주총회 표 대결에 앞서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이 있는 소액주주 파악에 나섰다는 것이다. KCGI의 한진칼 지분은 10.81%로 조양호 회장 일가(28.93%)에 비해 작지만, 지분율 45.93%를 차지하는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KCGI는 최근 ‘밸류 한진’이라는 웹사이트를 열고 “KCGI의 활동에 동참을 원하시는 한진칼, 한진 주주들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공개선언하기도 했다.

‘소액주주 표심잡기’는 앞으로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도 삼성과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었다. 당시 삼성은 소액주주 집에 수박을 배달하고, 합병 찬성을 간청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끈질긴 ‘구애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찬성을 호소하는 대대적인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KCGI는 대한항공 인력 구조조정설을 해명하는 등 내부 직원 달래기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대한항공에 우주사업부 분사 등 일부 사업정리를 제안한 데 대해 대한항공 일반노조에서 “임직원을 고용 불안에 떨게 한다”며 우려를 표명하자 입장을 밝힌 것이다. KCGI는 “대한항공 우주사업부문 분사 요구는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가치평가를 받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자는 의미”라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