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설득도 소용 없었다, 정부의 노동개혁 동력 약화

입력 2019-01-30 04:03
양대 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 선언으로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기구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심각한 얼굴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전날 밤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안) 수정안이 부결된 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산회를 선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대통령의 설득도 소용이 없었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부터 29일 새벽까지 이어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사실상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20년 만에 사회적 대화 기구에 복귀할지 주목됐으나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정부의 노동개혁 동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완전체 경사노위 구성 가능성 또한 낮아질 공산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경사노위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 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참여 의사를 밝혀 참여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듯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여 무산이다. 민주노총은 29일 “토론 과정에서 제출된 수정동의안 세 가지가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결과는 문재인정부의 기업편향적인 정책 행보에 따른 현장의 분노”라고 했다. 민노총이 반대 이유로 내걸은 세 가지는 크게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기준에 못 미치는 노동관계법 개정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며 진짜 원인은 민주노총 내부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여러 산별노조로 이뤄진 민주노총에서 지도부가 각 산별노조를 설득할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성인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가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는 상황을 지도부가 타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내 강성 세력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사회적 대화 참여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들이 주도하는 투쟁 일변도 노선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 노조’ 논란도 확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격히 불어난 규모가 오히려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지난해 말 99만여명을 기록, ‘100만 민주노총’ 시대를 맞았다. 문재인정부 들어 30만여명이 늘었다.

경사노위는 예정대로 사회적 대화를 한다는 입장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주노총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 대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관련 법 개정을 강행한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관한 경사노위 의제별 위원회 논의는 설 연휴 직후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위원회가 내놓은 논의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은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초안을 토대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곧 확정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또 다른 축인 노동계 대표 한국노총과 함께 경사노위 논의를 계속해 나가는 한편 민주노총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는 등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이성규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