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농수산물시장 이전, 이제는 결단해야

입력 2019-01-29 19:27

“그동안 구더기 무서워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장 담글 수 있겠능교?”

지난 24일 발생한 화재사고 후 10년간 표류했던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 많은 상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다수가 찬성함에도 홀로 현대화 사업을 반대하는 특정 법인 때문이다. ‘구더기’란 이 법인을 꼬집는 표현이다.

현재 도매시장은 5개 법인과 2개 소매동 번영회가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 4개 법인과 2개 소매동 번영회는 도매시장 이전·현대화를 원하지만 특정 법인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이전은 10년째 지지부진하다.

1990년 3월에 지어진 도매시장은 시설이 낡고 비좁은데다 주차장도 협소해 이용자들의 불편이 크다. 이번 화재도 낡은 시설이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화 사업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시장 상인들은 “면적도 넓히고 시설도 현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도매시장 주변이 도심지로 바뀌어 이전을 하지 않고서는 확장이나 현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전 계획은 2009년부터 논의됐다. 울산시는 2012년 용역결과를 토대로 2020년을 목표로 이전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민선 6기에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지역 정치권 인사였던 특정 법인 대표의 입김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법인 및 종사자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시는 1개 법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손을 놔 버렸다.

민선 7기 송철호 울산시장은 당선직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론은 ‘이전’이 압도적”이라며 ‘이전’ 쪽에 방점을 찍었다. 시는 지난해 4개 법인과 2개 소매동 번영회로부터 ‘울산농수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 시행 합의서(협약서)’에 서명을 받았다. 용역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는 내용이다. 그러나 특정 법인은 이때도 서명하지 않았다. 광역시에 걸맞은 도매시장을 시민들에게 선사하기 위해선 이제 시가 행정을 통한 해결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울산=조원일 사회2부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