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본격적인 개입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최대 돈줄인 국영 석유기업 제재에 돌입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사태 종식을 위한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와 자회사 시트고에 대한 자산동결 및 송금금지 조치를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제재는 마두로 정권이 더 이상 베네수엘라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재가 시작되면 미국 관할권 내에서 PDVSA의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일절 금지된다. 미국 내 자회사인 정유업체 시트고는 거래 중단 조치에서 제외되지만, PDVSA에 시트고의 수익을 송금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PDVSA는 마두로 정권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곳이자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베네수엘라에 가장 중요한 자금원 중 하나”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군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는 암시도 있었다.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에서 제재 관련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 들고 있던 노란색 노트에는 필기체로 “병력 5000명을 콜롬비아로(5000 troops to Colombia)”라고 적혀 있었다. 이 메모는 군사 개입 차원에서 베네수엘라의 인접국인 콜롬비아에 병력을 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트럼프 행정부가 콜롬비아에 군사 배치를 계획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메모가 포착되기 전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언론 카다콜라디오는 “마크 스태머 미 남부군 사령관이 동맹국과의 조율을 위해 곧 콜롬비아에 도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범죄적”이라며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자산을 훔치려 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 베네수엘라 인권교육행동프로그램은 마두로 대통령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지난 21일 이후 35명이 숨지고 85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 중 77명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오는 30일과 2일에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美 “석유 제재”… 마두로 돈줄 죄기 나서
입력 2019-01-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