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홍역 급속 확산 가능성… 보건당국 ‘비상’

입력 2019-01-30 04:02
우리나라에 홍역이 유행하는 것을 비롯해 일본 전역에 독감이 번진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수유실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구 이동이 많아지는 설 연휴 기간 홍역이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예방접종률이 높긴 하지만 면역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유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은 성인들에게 아기수첩 등으로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라는 다소 황당한 조언을 내놨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설 연휴기간 해외여행객이 많아 국내에서 소규모로 홍역이 유행할 수 있다”고 했다. 홍역은 동남아시아부터 유럽, 미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역 예방접종률이 1·2차 모두 97%가 넘는다. 그러나 홍역은 상대적으로 전파력이 강해 면역력이 약한 집단에선 순식간에 확산된다.

홍역을 앓은 1967년 이전 출생자는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 예방접종 전산 등록이 시작된 2002년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5년생부터는 접종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1968~1994년 출생자는 스스로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혈액검사로 항체 유무를 알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정 본부장은 “아기수첩이나 엄마가 갖고 있는 예방접종 기록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아기수첩이나 예방접종 기록을 갖고 있는 성인은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질본은 “많은 나라가 아기수첩으로 접종 기록을 확인한다”며 “성인 접종 확인 방법 중 하나로 얘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35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한 미국 워싱턴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대해 질본은 “우리나라는 집단면역력이 좋아 위기수준을 높일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작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홍역 환자는 40명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