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거대 양당 ‘여의도 캐슬’

입력 2019-01-29 04:00 수정 2019-01-29 17:22
서울 여의도의 닫힌 국회 정문 틈으로 의사당이 보인다. 국회는 23일 현재 꽉 막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을 문제 삼은 자유한국당은 국회 일정을 거부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아직 사태를 풀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를 두고 바른미래당은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양당이 어찌도 호흡이 잘 맞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물타기, 그리고 침묵의 카르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치윤리가 목불인견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두 거대 정당이 당파적 이해에 따라 극단적 대치와 적대적 공생을 이어가면서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자해적 싸움”이라고 했고, 소수정당에서는 “거대 정당들의 막장 정치 드라마가 ‘SKY 캐슬’의 아성에 도전할 태세”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은 28일 한국당 송언석, 장제원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자 공세에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에 ‘엄정한 조사’를 요구했다. 표창원 의원은 “이익충돌 여부 전수조사를 요청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송 의원은 가족과 함께 김천역 인근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의원은 교육부 지정 ‘역량강화대학’ 사업에 예산 확충을 요구했는데, 이 중에 형이 총장으로 있는 동서대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은 손혜원 의원 사태에 대해선 뒷짐만 지고 있었다. 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집중 매입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뒤 당은 진상조사를 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손 의원 자진 탈당 기자회견장엔 홍영표 원내대표가 나와 “(탈당) 만류를 많이 해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손 의원 논란을 ‘초권력형 비리’라고 했던 한국당은 이해충돌 ‘부메랑’이 돌아오자 여당의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실 조사를 해보겠다”면서도 “손 의원 사건은 범죄이고, 우리 당 의원들 부분은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고, 그렇다 해도 이해충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두 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문제를 두고도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2월 임시국회 보이콧에 나선 한국당은 ‘5시간30분 단식’으로 보이콧 명분을 희화화했다. 민주당은 조 위원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한나라당 출신을 중앙선관위원으로 임명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모든 현안에서 한국당에 각을 세우면서도 조 위원 건에 대해선 ‘한국당도 과거에 그랬다’며 정당화하고 있는 셈이다. 양당 모두 청와대와 선거감시기관의 건강한 긴장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었다.

두 당은 소속 의원이 함께 연루된 재판청탁 의혹에 대해선 침묵으로 의기투합하고 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자유한국당 이군현, 노철래 전 의원은 법원행정처에 재판청탁을 한 사실이 검찰 공소장으로 드러났다. 양당은 재판청탁 의혹이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중대 사안임에도 징계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양당이 무슨 일이 터지면 상대당의 비슷한 논란을 찾아내는 것이 거의 매뉴얼화됐다”며 “국민은 이런 강변에 염증을 느낄 가능성이 높고, 이런 자해적 싸움에서 더 손해를 보는 것은 여당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양당이 이해충돌 논란을 물타기하거나 ‘피장파장이니까 없던 일로 하자’고 할 게 아니라 명쾌하게 규명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