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신임 서울고등법원장에 김창보(60·사법연수원 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을 임명했다. 신설되는 수원고등법원장에는 김주현(58·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두 번째로 단행한 이번 인사에서 김 차장을 비롯한 행정처 핵심 인사를 대거 교체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법원장에 임명하는 등 법원 서열화를 깨기 위한 시도도 이뤄졌다. 다만 소속 법관들이 파격적으로 낮은 기수의 부장판사를 법원장 후보로 추천했던 의정부지법원장 인사는 김 대법원장이 ‘안정’을 이유로 다른 인사를 임명해 불발됐다. ‘사법농단’ 수사 국면 이후 개혁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안정적인 ‘김명수 코트(court)’ 2기 체제를 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원장과 고법 부장판사급 고위법관에 대한 보임·전보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신임 고법원장으로 임명된 김 차장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행정처 차장을 맡아 왔다. 김 차장은 오는 3월 5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병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임자로도 내정됐다. 대법원은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사의를 표한 성낙송 사법연수원장 후임에는 김문석(59·1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에서 뇌물을 추가로 인정, 1심보다 1년 더 늘린 징역 25년을 선고해 주목받았다.
대구고법원장으로 임명된 조영철(59·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이화여대 학사비리, 국정원 특활비 등 국정농단 사건을 다수 맡았다. 부산고법원장에는 조 부장판사와 동기인 이강원(58)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지난해 ‘국정농단 뇌물’ 사건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시키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랐던 정형식(58·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회생법원장으로 임명됐다.
행정처 고위 법관은 모두 바뀐다. 김 차장 후임으로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을 맡고 있던 김 부장판사 보임으로 이 전 대통령 재판부는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련(54·20기) 행정처 기조실장 후임으로 2기수 아래인 홍동기(51·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홍 부장판사는 다음달 14일자 인사이동 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 항소심 선고(2월 1일)를 앞두고 있다. 사법지원실장에 기용된 최수환(55·20기) 광주고법 부장판사는 기조실장보다 높은 기수다. 대법원은 재판 지원 업무를 우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 관례를 깨고 박종택(54·22기) 수원가정법원장, 이윤직(56·20기) 대구가정법원장, 이일주(59·21기) 부산가정법원장 등 지방 부장판사급 법원장이 여럿 나왔다. 대법원은 기존에 고법 부장판사를 임명했던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자리도 지법 부장판사 임명을 위해 비워놨다. 다만 시범적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해 관심을 모은 의정부지법원장에는 법관들이 추천한 신진화(58·29기) 부장판사 대신 7기수 높은 장준현(55·22기)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조민영 이가현 기자 mymin@kmib.co.kr
‘김명수 코트’ 2기 체제, 파격보다 안정 택했다
입력 2019-01-2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