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출마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거물급 인사들의 당대표 출마가 당 지지율과 전당대회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이라는 기대 못지않게 차기 대선주자들인 이들의 조기 등판이 당내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28일 공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 포인트·자세한 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4% 포인트 오른 26.7%로 집계됐다. 이 기관의 여론조사 중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리얼미터는 “최근 당권주자들에 의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일부 당권주자들은 그동안 줄곧 “특정 대선주자가 당대표가 되면 당이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이에 대한 다른 주자들의 견제가 이어지면서 분열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황 전 총리의 출마 자격 논란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비대위 회의에서는 황 전 총리에게 비판적인 외부 비대위원과 우호적인 현역 의원들이 정면충돌했다. 최병길 비대위원이 “국정농단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분이 인적 쇄신 대상이 아니라 영입 대상이라는 게 서글프다”고 황 전 총리를 겨냥하자 박덕흠 의원이 “이 문제는 아직 비대위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당권주자 간 신경전도 가열됐다. 황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29일 오전 10시30분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원도당 간담회에서 출마 자격 논란과 관련해 “전 계속 당에 있을 것이다. 규정은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미 확정된 선거인명부에 등재되지 않아 선거권이 없는 분을 피선거권 자격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 중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한 분을 위해 원칙에 어긋나게 당헌·당규까지 고치는 정당은 민주정당이 아니다”고 황 전 총리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당내 논란이 격화되자 김 위원장은 “황 전 총리 불출마 요청은 제 개인 입장이고, 출마 여부에 대한 법리 해석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당헌·당규상 출마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이 있는 당 선거관리위원회나 상임전국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관위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상임전국위 의장인 한선교 의원 모두 황 전 총리에게 출마 자격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심판관들이 특정 후보에게 우호적인 결론을 미리 내렸다는 반발도 나온다. 당 선관위는 29일 오전 황 전 총리 출마 문제를 논의한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홍준표 “황교안 선거권 없어… 출마 자격 운운은 넌센스”
입력 2019-01-29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