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코리아’… 외국인 자금 ‘1월 코스피’에 3조 몰렸다

입력 2019-01-29 04:00

한국 증시에 외국인이 돌아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1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완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변신’ 등이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신흥국보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의 ‘가격 매력’도 글로벌 자금 유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2% 내린 2177.30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소폭 떨어졌지만 외국인은 이날도 354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2일부터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3조2560억원에 달한다. 지난 25일엔 8139억원을 사들이면서 지난해 9월 21일 이후 일일 최대 순매수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외국인의 귀환’이 증시 반등을 이끌면서 이달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2041.04) 대비 6% 이상 상승했다.

외국인이 돌아온 배경에는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증시로 이동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선진국 증시의 주식형 펀드에서 약 297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신흥국 증시의 주식형 펀드에는 94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펀드 규모에서 차이가 있어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자금의 이동 흐름은 뚜렷하다. 미·중 무역협상,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달러화 가치 약세 전망, 중국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모두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영향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경기 하방압력에 대한 경계감이 완화됐고, 무역협상 진전이 확인되면서 신흥국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신흥국을 찾는 자금 가운데 한국 증시로 들어오는 자금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싼 가격’이다. 대외변수 영향으로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전년 대비 17.28%나 하락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는 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다는 매력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신흥국으로의 ‘머니 무브’는 얼마나 지속할까.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인내심(Waiting)’ 발언을 고려할 때 29~30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증시에 긍정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정 연구원은 “3월까지 미·중 무역협상과 중국 확대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증시의 가격 매력은 차츰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주가 상승에 따라 줄어들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이익추정치가 하락하고 있어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