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이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벌어진 베네수엘라 사태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대선을 다시 치르라는 유럽연합(EU)의 최후통첩을 단번에 거절했다.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승인하는 등 마두로 퇴진 운동을 주도하는 미국은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의장은 군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CNN의 터키 방송인 ‘CNN 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재선거를 요구하는 EU 측 최후통첩에 “누구도 우리에게 최후통첩을 내밀 수 없다”며 “베네수엘라는 이미 지난해 5월 대선을 치렀다. 유럽은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굴복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경멸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 지역을 넘어 전 세계를 경멸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정정 불안은 “미국의 음모에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EU는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을 다시 치르지 않으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캐나다 이스라엘 브라질 콜롬비아 등 서방 국가와 중남미 우파 국가들은 과이도 의장에 대한 지지를 이미 선언했다. 중국과 러시아 쿠바 볼리비아 터키 이란은 마두로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는 국제 외교전으로 번졌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미국 외교관과 과이도 의장, 베네수엘라 의회를 겨냥한 폭력과 협박은 심각한 법치 훼손으로서 중대한 대응(significant response)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사태 정리를 위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과 만나 “(베네수엘라 사태에)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다만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침공을 계획하는 징후는 아직 없으며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통한 정권 교체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명의 성명을 통해 과이도 의장 측 인사인 카를로스 알프레도 베키오를 미국 주재 베네수엘라 대리대사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 다잡기에 나섰다. 그는 중북부 발렌시아에 위치한 군부대 파라마카이 기지를 찾아 대공 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군인들을 격려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군인들과 함께 “반역은 없다. 항상 충성을 다한다”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은 국영 매체와 소셜미디어에 일제히 게재됐다. 워싱턴 주재 고위 무관 호세 루이스 실바 대령이 공개적으로 과이도 의장 지지를 선언하자 군부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과이도 의장은 오는 30일 군부 지지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과이도 의장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위해 정부 및 군부 인사들과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유럽 최후통첩 걷어찬 마두로… 美는 “군사 대응” 경고
입력 2019-01-28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