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봄바람 살랑거리는 은행권

입력 2019-01-29 04:00

은행권에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 바람이 불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근로시간이 줄고 출산휴가 등의 제도도 한층 나아졌다. 은행원들의 소원 1순위로 꼽혔던 ‘점심시간 1시간 보장’도 현실화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의 복지 개선을 바라보는 여론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서비스 혁신이나 사회공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 노사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마치고 합의사항을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주52시간제를 조기 도입하며 ‘PC오프제’를 시행했다.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6시 이후에는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임단협을 계기로 여직원의 근무 여건도 나아졌다.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 등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대 자녀를 둔 직원의 출근시간을 유연화했다. 신한은행은 난임 직원의 임신 관련 시술 휴가를 새로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태아 검진 휴가를 신설했다.

점심시간 1시간 보장도 눈길을 끈다. 은행의 공식 점심시간은 1시간이지만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많으면 직원끼리 돌아가며 30~40분 만에 밥을 먹는다. 아예 끼니를 놓치는 일도 있다. 고객 서비스를 중심에 둬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이다.

이제는 점심시간에 1시간씩 컴퓨터가 꺼진다. 신한은행이 올해 초 ‘점심시간 PC오프’에 들어갔고 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은 전산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각 영업점 상황에 맞춰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면서 점심시간을 운영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높은 임금 인상, 성과급 지급 등 내부 처우 개선에만 공을 들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매년 5000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하고 있지만 국민 인식은 좋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서비스 혁신과 더불어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4~2017년 은행권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비 지출 비중은 연평균 10.7%에 이른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