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명이 DMZ 500여㎞ 인간띠 잇자”

입력 2019-01-29 00:15
유라시아 횡단 마라토너 강명구씨(왼쪽)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 발대식에서 홍보대사 자격으로 발언하고 있다. 401일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중국 압록강변까지 달린 강씨는 “남은 신의주-평양-판문점을 이어서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 500여㎞에 50만명이 1m 간격으로 서서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자는 운동이 본격 출범했다. 오는 4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오후 2시27분 DMZ 서쪽 인천 강화도에서 동쪽 강원도 고성까지 늘어서서 세계만방에 한반도 평화 의지를 보이자는 ‘DMZ 민(民)+평화 손잡기’ 운동이다.

한국교회 등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는 구호를 내걸고 발대식을 열었다. 사회를 맡은 이석행 운동본부장은 “휴전선을 인간 띠로 이어 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의지를 알리자는 내용으로 발트 3국을 제외하곤 세계에서 유례가 없던 운동”이라고 말했다.

발트 3국은 발트해 남동 해안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일컫는다. 1989년 8월 구소련으로부터 독립을 꾀하던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도로변으로 나와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어 세계에 독립 의지를 알렸다. 발트 3국 900만명 인구의 3분의 1 가까이가 동참했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러시아연방은 91년 9월 발트 3국의 독립을 최종 승인했다.

운동본부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나핵집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 공동의장을 비롯해 김성수 대한성공회 대주교,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차경애 전 YWCA연합회장이 공동위원장단에 포함됐다.

한국방송(KBS) 이사장 김상근 목사는 축사에서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는 낭만도 좋은데, 저에게 북은 넘어야 할 산이었고 극복해야 할 장애였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에 학살당한 부친의 이야기(국민일보 2018년 10월 2일자 25면 참조)를 전하며 “북에도 똑같이 남을 증오하는 동시대인이 있다는 걸 후에 알았다”면서 “전쟁 없는 인류를 만드는 DMZ 평화 손잡기에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1차로 133인의 추진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다음 달 중순까지 전국 주요 시·군·구에서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50만명의 참가자를 모집할 방침이다.

글·사진=우성규 기자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