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난파선이 된 한국 야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김 감독은 병역 혜택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한국 야구를 구해내고 1년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숙제를 안고 가게 됐다. 김 감독은 병역논란을 의식한 듯 국민이 납득할 의혹 없는 선수를 뽑겠다고 약속했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28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만에 기쁜 소식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김 감독을 모셨다”고 발표했다.
KBO는 기술위원회 2차 회의가 열린 지난 23일 김 감독을 일찌감치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김시진 기술위원장은 “회의한 지 50분도 안 돼 가장 적합한 후보가 김 감독이라는 결론을 냈다”며 “곧바로 다음 날 김 감독을 직접 만나 수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 떠난 지 7개월이 됐는데 가슴이 뛴다”고 기자회견 첫 일성을 뗐다. 이어 “11년 전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야구 팬 여러분의 절대적인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며 “11년 전 여름밤에 느꼈던 짜릿한 전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환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선동열 전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논란과 관련해 비판에 시달리다 지난해 11월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수락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선수 선발과 관련해선 “어느 감독이 선발해도 조금씩 문제가 있었다. 나도 선발할 때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선 전 감독에 대해선 “가슴이 짠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가장 힘들 때가 꼭 이겨야 할 때와 이겨도 승리에 대한 값어치를 못 느낄 때다. 선 감독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 전 감독 마음까지 합쳐서 선수들과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계속 하마평에 올랐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국민타자’ 이승엽의 코칭스태프 합류는 불발됐다. 김 감독은 “(박찬호와 이승엽은) 훌륭한 선수들이었지만 야구는 코치가 너무 화려하면 선수가 코치에 묻힌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현재 한국야구의 문제점에 대해 ‘왼손 에이스와 자신감 부족’을 꼽았다. 김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때는 한국 대표팀에 좋은 좌완 투수가 있었다. 일본 등 어느 팀과 싸워도 뒤지지 않는 에이스급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해 걱정”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와이번스), 장원삼(LG 트윈스) 등 국내 최고 좌완이 맹활약했다. 따라서 전성기 구위를 되찾은 김광현의 대표팀 복귀가 예상된다. 류현진은 구단의 승인을 받을 경우 11월 2∼17일 열리는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병역논란으로 선수들이 위축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들이 부담감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됐다”며 “90점은 못되더라도 거기에 가깝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선수를 뽑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을 치러야한다. 특히 프리미어12는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한다. 출전권 2장이 걸려있다.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자동 참가하는 가운데 프리미어12 대회 결과에 따라 아시아·오세아니아 1장, 아메리카 1장의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프리미어12를 통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이 김 감독의 첫째 목표다. 김 감독은 “일단 프리미어12에 모든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도쿄올림픽 출전권 한 장이 걸려있으니 좋은 결과로 국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김경문 “어려운 상황 피하기 싫어, 욕 먹을 각오”
입력 2019-01-28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