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일가 횡령·배임 혐의 받는 기업, 국세청이 정밀 조사

입력 2019-01-29 04:00
홍남기(앞줄 오른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 참석해 한승희(앞줄 오른쪽 두 번째) 국세청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세청이 오너 일가가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탈세 검증을 벌인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 신종 고소득 사업자 세무조사도 강화한다.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이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28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전국의 세무관서장 293명이 참석했다. 국세청은 올해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적 탈세 근절에 조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오너 일가나 임직원이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기업의 경우 탈세 여부를 정밀 분석한다.

국세청은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경영권 편법승계,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금융상품을 악용한 변칙적 탈세에도 적극 대응키로 했다. 대기업이 불공정거래와 관련됐다는 혐의가 파악되면 정기조사 외에 기획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룹 계열의 공익법인에서 특수관계인을 위한 출연재산 사적 사용, 미술품을 이용한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변칙적 탈세를 하는지도 철저하게 살필 예정이다.

또 신종 역외탈세 유형을 발굴하고 대형 법무법인(로펌)이나 금융기관 등의 탈세 전문조력자를 공범으로 강력 처벌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가진 탈세 조력자들을 그냥 둬서는 갈수록 지능화하는 역외탈세를 잡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 사업자, 금융·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 신종 고소득 사업자나 현금 수입이 많은 전문직종·임대업을 대상으로 탈세 검증을 강화한다. 정보기술(IT)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를 체계적으로 살피고 국제 논의를 통한 구글세(Google tax·특허료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도 조세조약, 세법을 악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다국적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 대응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외환 수취자료를 활용해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창작자에 대한 성실신고 안내도 추진한다.

한편 국세청은 고소득자나 탈세행위자를 촘촘하게 감시하는 대신 영세사업자를 위한 세무지원을 늘린다. 소규모 청년 창업기업의 경우 개업 초기에 한해 신고 검증 차원의 ‘신고내용 확인’ 대상에서 제외한다. 컨설팅 위주의 간편 조사, 사무실 간이조사를 확대하고 조사 공무원이 장부를 가져가 조사하는 ‘일시보관’과 비정기조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체 세무조사 건수도 기업 활력 제고 차원에서 지난해보다 소폭 줄여 운영한다.

한 청장은 “고액 체납자에 대해 효과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현장 징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악의적 고액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