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그만” 佛 붉은 스카프 시위 떴다

입력 2019-01-28 19:10
붉은 스카프와 목도리, 프랑스 국기를 몸에 두른 시민들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도심을 가득 메우고 집회를 하고 있다. ‘붉은 스카프’ 시위대 1만여명은 이날 ‘노란 조끼’ 시위대의 폭력 시위를 규탄하며 나시옹 광장에서 바스티유 광장까지 행진했다. AP뉴시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에 맞서는 ‘붉은 스카프’ 시위대가 등장했다. 붉은 스카프와 머플러를 두른 시민들이 27일(현지시간) 노란 조끼의 폭력 시위에 반대하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파리에서 열린 붉은 스카프 집회에 1만여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 파리에서 열린 노란 조끼 시위 참석자 4000명을 압도하는 숫자다.

붉은 스카프 시위대는 프랑스 국기와 유럽연합(EU)기를 흔들며 파리 도심의 나시옹 광장에서 바스티유 광장까지 행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민주주의에는 찬성하고 혁명에는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알렉스 브룬 붉은 스카프 대변인은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바리케이드에 질렸다”며 “노란 조끼 시위가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제 시간에 학교에 가는 것도 막는다”고 주장했다.

붉은 스카프는 노란 조끼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인터넷 공간에서 처음 결성됐다. 노란 조끼 시위가 격렬해질수록 붉은 스카프 세력도 불어났다. 붉은 스카프의 페이스북에는 2만1000명의 팔로어가 몰려들었다.

붉은 스카프는 이번 시위가 비정치적 시민운동이라고 밝혔다. 노란 조끼 시위대의 정치적 요구사항에는 반대하나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를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프랑스 남서부 도시 앙굴렘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워싱턴포스트에 “노란 조끼 시위대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시위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붉은 스카프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다수 합류했다. 붉은 스카프 주최자 중 한 명인 로랑 술레는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지지자들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시위대가 마크롱 대통령 지지를 표현하느냐를 두고 벌써 시위대 내에서 균열이 일고 있다고 BBC방송이 지적했다.

한편 유명한 노란 조끼 운동가 제롬 로드리게스가 지난 26일 바스티유 광장 인근에서 심각한 눈 부상을 입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로드리게스의 변호인은 그가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사용한 고무탄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경찰은 로드리게스가 고무탄에 맞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