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셀로그룹 정연지(55·서울 중랑교회 집사) 회장은 잠시 눈을 감고 감회에 젖었다. 삶의 회한이 밀려오는 듯했다. 자수성가한 뒤 불우이웃을 끊임없이 돕고 있는 그를 28일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삶은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부모를 일찍 여읜 그는 소위 ‘소녀가장’이었다. 16세에 상경했으나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다. 길거리에 좌판을 펼치고 액세서리 장사를 시작했다. 액세서리는 녹슬면 반품이 안 돼 하루라도 빨리 팔아야 했다. 양말, 옷 등도 팔았다. 야간학교에 다니며 재봉기술을 배웠고 터진 양말을 꿰매 파는 사업수단을 발휘하기도 했다.
“저 많은 집 중에 내 집 하나 없다는 게 서럽더군요. 그래서 땀 흘려 일했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내 집을 마련했고 집 평수 넓히는 재미에 살았던 것 같아요.(호호)”
돈 버는 일이 인생 목적이었다. 밍크 공장 사장으로 나름 부자 소리를 들었다. 사업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하지만 그런 풍요로움도 잠시. 잘 나가던 사업은 경기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부도가 났다. 음식점도 차렸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그때 그를 붙잡아준 게 바로 신앙이었다.
40대 초반, 국회의원 선거운동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교회를 방문했다. “교인들이 주보를 주며 ‘설교 듣고 가시라’고 하더군요. 무심코 ‘그러겠다’ 말하고 설교를 들었는데, 설교 도중에 ‘펑펑’ 울고 말았어요. 목사님이 꼭 제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순간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난생처음 누리는 안식이었습니다. 교회 아이들의 눈망울이 맑고 행복해 보인 것도 교회를 계속 다닌 이유입니다.”
이후 그는 달라졌다. 앉으나 서나 성경말씀을 암송했다. 창문에 비치는 햇살 한 줄기에도 감사했다. “하나님을 의지하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서러웠던 마음도 예수님이 녹여주셨어요.”
‘인간은 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은 하실 수 있다’고 깨달은 그는 이후 펄펄 날았다. 그는 두 손을 모아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고백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화장품 회사에 취직했고 ‘판매왕’이 됐다. 그 경험을 살려 2013년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인 ㈜리온메디코스를 설립했다. 질소봉합, 유골성형 사업을 하는 장례전문업체인 ㈜디셀로컴퍼니, 식용굼벵이 사업, 건설 및 부동산개발, 보험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하나님께 영광 돌릴 일만 생각한다. 소외계층에 사랑의 쌀을 제공한다. 또 소년소녀가장에게 장학금을 제공한다. 노숙인에겐 내복을 전달한다. 최근 경기도 양평에 직원 복지를 위한 힐링센터를 만들었다.
공부방을 개설해주는 것도 그의 봉사목록이다. 이런 선한 일들을 총괄하기 위해 사단법인 ‘J Way’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늘 감사하면 하나님이 지혜와 사람, 축복을 주신다고 믿고 있다”며 “저처럼 상처 입은 후배들에게 체험담을 들려주며 진로상담을 해주고 싶다”고 환히 웃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일과 신앙] 돈 버는 게 목적이던 인생, 이웃돕기 ‘사명자’로
입력 2019-01-30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