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서지현 검사가 방송에 출연해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서 검사의 폭로는 법을 집행하는 현직 검사도 성범죄 피해의 예외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며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문화예술계, 대학가, 종교계 등에서 폭로가 이어졌다. 음지에서 숨죽이며 가슴앓이를 해 온 피해자들이 속속 실명으로 가해자를 고발했다.안 전 검사장은 지난 23일 1심 선고공판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성추행 의혹은 공소시효(7년)가 지나 불기소됐지만 법무부 검찰국장 때 자신의 성추행 비위를 덮기 위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가 인정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판결 후 “미투 운동에 함께 한 모든 이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1심 판결이라 법정 공방이 더 이어지겠지만 서 검사는 물론 성범죄 근절을 갈망해 온 이들에게 소중한 승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투 운동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난 1년 사이 쏟아진 미투 고백의 가해자 가운데 사법처리된 사람은 극소수다.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해 진흙탕 법정 싸움으로 몰고간 경우도 많다. 이렇다보니 피해자들은 여전히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기를 두려워하고 망설인다. 사회적 낙인, 가해자로부터 받을 불이익을 우려해 드러내기를 꺼리는 것이다. 직장이나 업무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가해자인 성범죄는 피해 사실 공개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성범죄를 뿌리 뽑으려면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해자를 동정하고 피해자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져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나 주변 사람들의 비방·비난, 불이익 처분에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발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사회라면 성범죄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투 운동이 완전히 승리할 수 있도록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설] 미투 운동 1년… 2차 가해 방지 여부에 성패 달렸다
입력 2019-01-2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