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선 얌전 ‘인천 남매’, 밖에 나가면 펄펄

입력 2019-01-28 19:32
대한항공의 박기원 감독(양복입은 사람)이 지난 14일 홈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2대 3으로 패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흥국생명 선수들이 지난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주먹을 치켜들며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이날 흥국생명은 3대 0 완승을 거뒀다. 두 팀은 올 시즌 원정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번 시즌 V리그에는 홈경기보다 원정 경기에서 훨씬 강한 ‘도깨비 팀’이 존재한다.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주고 있는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인천 계양체육관을 함께 홈그라운드로 하는 ‘인천 남매’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이다.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여자부 흥국생명의 올 시즌 원정 경기 승률은 홈경기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28일 현재 대한항공은 홈에서 50%(6승 6패), 원정에서 77%(10승 3패)의 승률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의 원정 강세는 더욱 뚜렷하다. 홈경기 승률은 50%(6승 6패)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90%(9승 1패)의 승률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프로 스포츠 구단은 홈경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원정보다 높다. 선수들은 홈에서 자주 시합을 치르고 훈련을 하다 보니 경기장 분위기와 환경에 익숙하다. 관중석에서 펼쳐지는 응원전의 주도권도 홈팬들에게 있다. 팬들이 열렬한 응원과 환호를 보내는 만큼 기세도 오른다. 자연스레 홈경기의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춰볼 경우 인천 남매의 낮은 홈 승률과 높은 원정 승률은 이색적이다. V리그에서 이토록 홈 앤드 어웨이 승패가 많이 차이나는 구단은 없다. 남자부의 우리카드(홈 7승, 원정 9승)와 OK저축은행(홈 6승, 원정 7승), 여자부 IBK기업은행(홈 6승, 원정 7승) 정도가 원정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격차가 그리 크진 않다. 그 외의 구단들은 모두 홈에서 승리를 거둔 횟수가 원정보다 많거나 같다.

원정에서 강하다는 것은 상대 구단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애써 응원하러 모인 상대 팀 팬들에 찬물을 끼얹으며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시즌 네 번의 3대 0 셧아웃 승리를 모두 원정 경기에서 챙겼다. 흥국생명은 원정에서만 무려 여섯 차례나 셧아웃으로 이기며 경쟁자의 기를 꺾었다.

반대로 홈그라운드 승률이 낮다 보니 계양체육관으로 경기를 직접 보러오는 인천 남매의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크다. 대한항공은 지난 14일 OK저축은행과 치른 홈경기에서 1세트를 따내며 승기를 잡고도 2대 3 역전패를 당했다.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며 열렬한 응원전을 펼친 팬들로서는 속이 쓰린 결과다.

흥국생명의 최근 사정은 그나마 낫다. 흥국생명은 27일 열린 현대건설과의 홈경기에서 3대 0 완승을 했다. 지난 24일 KGC인삼공사전 3대 2 승리에 이은 흔치 않은(?) 홈 2연승이다. 이날 계양체육관에는 올 시즌 구단 최다 관중인 3005명이 들어차며 만원을 이뤘다. 귀중한 홈에서의 1승을 추가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지금까지 홈에서 승률이 높지 않았다. 팬들이 많이 찾아주실 때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며 반성의 뜻과 함께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