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8조5000억원 규모였던 온라인 거래 시장이 연평균 2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8년 11월 101조2100억원 규모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기서 식품·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7%, 2015년 19%, 2018년 20%로 꾸준히 커졌다.
온라인 거래 시장의 급격한 확대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한다. 온라인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매장을 마련해야 하는 오프라인보다 거래비용이 적어 기업의 시장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했다. 소규모 창업자나 중소사업자는 새로운 이윤 창출 기회를 얻었고 대기업은 온라인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시장이 커진 만큼 온라인상의 과대광고와 불법유통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과대광고 및 불법유통으로 적발된 식·의약품과 화장품 등은 2016년 5만6267건, 2017년 7만9905건, 2018년 9만5789건으로 증가했다. 이날 식약처는 온라인 거래 단속 강화를 포함한 ‘2019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과대광고 및 불법유통은 익명성과 비대면이라는 온라인 거래 특성에 기인한다. 특히 거래 형태가 기존의 해외직구 및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에서 개인 간 거래(C2C)나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O2O)로 전환하면서 제품 관리가 더욱 소홀해졌고 그만큼 거래 신뢰도 떨어졌다.
‘맘카페 공동구매’가 대표적인 예다. 식약처는 지난해 영유아 제품을 주로 공동구매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카페) 23곳을 대상으로 100개 제품을 점검해 이 중 57개를 불법유통 및 허위·과대광고로 적발했다. 이런 공동구매는 소위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개인을 통해 거래돼 정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보상받기 힘들다.
과대광고와 불법유통되는 제품은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미세먼지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미세먼지를 예방해준다는 화장품이 시장에 쏟아졌고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인터넷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관련 화장품 53개를 집중 점검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27개의 제품이 미세먼지 차단·세정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실증자료조차 없는 제품이 17개에 달했다. 실증자료가 미비한 업체엔 에뛰드와 같은 유명업체도 있었다.
다이어트 열풍은 곤약젤리와 깔라만시로 발현됐다. 다이어트음료로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떨친 ‘마녀의 레시피’는 세균 기준치 초과로 식약처로부터 회수 조치를 받았다. 곤약젤리 함유 혼합음료 146개 중 54개는 곤약 함량이 다이어트 효과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해 허위·과장광고 사례로 행정조치됐다.
이런 허위·과장광고는 광고 플랫폼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SNS와 유튜브 등이 활성화되면서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특히 파워블로거나 유명 유튜버의 온라인상 영향력이 커지고 이들의 제품 사용후기가 제품 광고 효과를 내면서 온라인 광고계에서 ‘인플루언서’의 체험후기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체험후기가 업체로부터 제품이나 돈을 받고 제품을 홍보해주는 식으로 변질되면서 정부는 2011년 해당 후기가 광고임을 알려주는 표시를 의무화했다.
식약처는 온라인 시장의 불법유통 및 허위·과대광고 근절 방안으로 제품을 특정해 매달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과 인플루언서의 ‘가짜 체험후기’를 단속하는 안을 내놨다.
특정 제품 조사의 경우 다이어트나 영유아 제품, 탈모, 미세먼지 등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 10여개를 선정해 이들에 대한 집중점검 및 결과를 매월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적발된 업체와 제품도 실명으로 공개한다.
SNS와 유튜브상 가짜 체험후기에는 민관 합동조사가 들어간다. 체험후기가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 쓴 것임을 표시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011년 관련법이 제정됐지만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광고 표시가 매우 작거나 아예 표기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식약처는 부작용 위험이 큰 의약품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비만 치료에 쓰이는 삭센다가 비정상적인 경로로 대량 유통된 게 계기가 됐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삭센다는 비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후 병·의원에서 삭센다를 과다 처방해 이윤을 챙겼고 환자들은 여분의 삭센다를 내다팔았다. 실제 카카오톡이나 SNS를 통해 삭센다가 거래되고 있으며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엔 쓰다 남은 삭센다를 10만원에 판다는 글도 종종 올라온다. 판매자를 처벌하려면 온라인상의 판매자 정보를 확보하는 게 필수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사기관과 공조해 삭센다 불법거래를 막겠다”고 했다.
식약처는 이밖에도 온라인 단속 강화 대상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했다. 앱에 등록된 업체가 6만5000개에 달하고 연간 거래액이 3조원에 육박하는 등 소비자 이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위생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현재 식약처는 작년 7월부터 시행된 식품위생법 개정안에 따라 위생 상태가 불량한 업체를 퇴출하고 있다. 식약처는 연간 1회 전수조사를 실시해 업체 퇴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물질 신고가 들어온 업체를 식약처에 의무 통보하도록 하고 점검 후 처분받은 업체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의 대대적인 단속 강화 방안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광고 표시를 하지 않은 파워블로거나 유튜버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인플루언서의 체험후기 광고를 대대적으로 조사한 뒤 광고 표시를 하지 않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적발했다고 밝힌 것도 광고주는 처벌 가능하지만 인플루언서는 처벌할 수 없는 현행법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광고를 표시하지 않은 파워블로거, 유튜버 등의 직접 처벌은 공정위 소관 표시광고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 돼야한다"며 "향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체험 후기, 파워블로거 함부로 믿지 마세요” 식약처, 온라인 단속 강화
입력 2019-01-29 04:00 수정 2019-01-29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