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연령 상향, 복지비용 차원서 접근하지 말아야

입력 2019-01-29 04:00
비용 절감 위한 섣부른 접근은 부작용 더 클 수도… 정년·일자리·격차 등 구조문제 함께 고민해 합의점 찾기를

현재 65세인 노인의 기준연령을 70세로 높이는 방안에 국민 56%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인연령 상향은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노인 기준의 물리적 변화가 촉발한 이슈지만 노인 복지비용과 직접 맞물려 있는 미묘한 문제다. 찬성하는 측은 고령화로 노인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부양 부담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측은 기준연령 상향에 따른 복지 축소와 노인 빈곤 문제를 걱정한다. 여론조사에서 이례적인 결과는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노인연령 상향에 찬성하는 비율이 60%에 육박해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법적으론 노인이지만 아직 일과 사회활동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 노인’의 심리가 반영됐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노인 기준을 상향해야 할 필요와 그렇게 하기 어려운 이유를 동시에 갖고 있다. 모순된 여건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려면 원칙을 세워야 한다.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첫째, 노인연령 문제를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노인 인구와 함께 불어날 연금 재정 지출,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공기업 재정 적자 등 복지비용을 줄이는 방편으로 노인의 기준을 높이는 식의 접근법은 부작용이 훨씬 클 수 있다. 은퇴를 앞둔 한국인의 노후 희망소득과 실제 소득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사실은 여러 기관의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절대다수가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에서 노인 복지를 섣불리 축소하는 건 위험한 도박이며, 현재의 복지 수준이 그리 높지도 않다. 저부담 저복지 구조인 우리 사회안전망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할 대상이다. 둘째, 노인연령은 정년, 일자리, 세대 갈등, 사회경제적 격차 같은 여러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정년 제도를 그대로 놔둔 채 노인 기준을 높일 경우 노후의 소득 크레바스는 더욱 깊어질 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령 일자리는 청년실업 문제와 연관돼 있으며, 그런 연결고리들을 잘못 다루다간 자칫 악순환에 빠져 격차와 갈등만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노인의 기준연령을 정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한국을 어떤 사회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과 다르지 않다. 충분한 의견 개진과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해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