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아내의 생명과 우리 가정을 지켜줬습니다.”
30년 넘게 교직에 몸담았다 12년 전 은퇴한 한상용(68·강원도 원주)씨는 28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정책(문재인케어)에 새삼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근 2개월여간 아내(68)의 치과 임플란트 시술과 심장수술 과정에서 건강보험의 도움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퇴직후 부부는 연금 외에 별다른 수입 없이 작은 텃밭을 가꾸며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60대 중반을 넘으면서 늘 건강과 병원비가 걱정이었는데, 절실한 순간에 문재인케어의 혜택을 실감한 것이다.
치아가 좋지 않던 아내는 지난해 11월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6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는 건강보험 적용(1인당 평생 2개까지)으로 개당 37만원에 가능해졌다. 보험 적용 전에는 개당 120여만원을 줘야 했다. 아내는 70만원 조금 넘는 비용으로 아래쪽에 2개의 임플란트를 심었다.
머잖아 음식을 마음껏 씹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던 것도 잠시, 아내에게 날벼락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31년 전 수술한 심장판막에 탈이 생겨 급히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
문제는 수술비를 포함해 3000만원 넘는 치료비였다. 자식들이 십시일반하겠다고 했지만 짐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확대된 건강보험이 그의 무거운 어깨를 한결 가볍게 했다. 고액의 선택진료비(특진비)는 아예 없어졌다. 심장수술의 경우 중증질환에 해당돼 수술비의 5%만 내면 됐다. 2인실(본인부담률 30~50%)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된 덕도 봤다. 수술 후 10여일간 머물렀던 2인실 비용으로 74만2000원만 냈다. 보험 적용 전(150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의 아내가 퇴원할 때 지불해야 할 비용으로 진료비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예상치의 6분의 1가량인 449만여원이었다.
한씨는 “퇴직 후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매달 30만원씩 꼬박꼬박 내는 건강보험료가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큰 돈 들어갈 때 되돌려받게 돼 감사했다”면서 “자식들에게도 보험료 많이 낸다고 투덜대지 말라고 했다”며 웃었다.
그의 이런 사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진행한 ‘문재인케어 1주년 기념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에 뽑혔다. 건보공단은 한씨를 포함해 최근 1년간 문재인케어를 통해 의료비 경감 혜택을 경험한 환자와 가족 사연 14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정부는 2017년 8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모토로 건강보험보장성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작은 일정의 변동이 있긴 하지만 큰 틀의 로드맵(2022년까지 5년간 30조6000억원 투입해 3600여 비급여항목에 건강보험 적용), 이른바 ‘빅 픽처’는 차질없이 그려 나가고 있다.
지난해 ‘3대 비급여’ 중 하나였던 선택진료비의 완전 폐지(1월)로 연간 환자 부담금 5000억원을 줄였다. 상복부(간·담낭·췌장 등)초음파 검사의 건보 급여화(4월)로 평균 6만~16만원이던 환자 부담금이 2만~6만원으로 감소했다. 또 뇌와 뇌혈관 자기공명영상장치(MRI)에 보험적용(10월)으로 비용을 평균 4분의 1수준으로 낮췄다. 암·심장·뇌·희귀병 등 4대중증질환에만 지원하던 ‘재난적 의료비’(1인당 매년 최대 2000만원)는 모든 질환으로 대상을 넓혔다(1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3인실 건보 적용(7월)과 노인 임플란트의 본인부담률 50%→30%(7월)도 실현됐다.
정부는 올해도 보장성 강화를 이어간다. 만1세 미만 아동의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을 5~20%로 낮췄다. 12세 이하 아동의 영구치 전체 충치치료(광중합형복합레진 충전)에 건보가 적용됐다. 본인 부담률 30%로 치아 1개당 10여만원이던 비용을 약 2만5000원만 내면 된다. 치료 목적 고도비만 수술에 건보 혜택이 주어져 700만~1000만원 하던 수술비가 150만~200만원으로 싸졌다.
2월부터는 소장·대장·항문·콩팥(신장)·방광·부신 등 하복부 및 비뇨기의 이상 소견을 확인하는 초음파검사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된다. 그간 4대중증질환에만 적용됐다. 따라서 요로결석이나 맹장염(충수돌기염), 치루, 탈장 등의 질환이 의심되거나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 판단이 있으면 누구나 건보 혜택(본인부담률 외래 30~60%, 입원 20%)을 받을 수 있다. 환자 의료비 부담이 보험 적용 전 평균 5만~14만원에서 절반 이하인 2만~5만원 수준으로 경감된다.
3월에는 한방 병·의원에서 이뤄지는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으로 밀고 당겨 잘못된 자세나 사고로 어긋나거나 비틀린 척추·관절·근육·인대 등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해주는 치료법이다. 보험 적용되면 1만~3만원에 받을 수 있다.
이른바 ‘언청이’로 불리는 구순구개열(입, 입술, 입천장의 비정상적 갈라짐) 환자들에 대한 코와 치아의 비틀림을 교정하는 치료도 건보혜택을 받는다. 기존 200만~300만원 하던 구순구개열 코 교정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만 6세 이하 아동에서 본인부담이 약 7만~11만원 수준으로 대폭 준다. 또 구순구개열 치아 교정의 경우 출생시부터 만17~20세까지 평균 3500만원이나 들었으나 건보 적용되면 본인부담은 약 730만~1800만원으로 감소한다. 7월부턴 기존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2·3인실에 이어 병원의 2·3인실도 건강보험 적용이 추진된다. 아울러 상반기 중에 얼굴과 코뼈 속 공간(부비동), 목(경부) MRI에도 보험이 확대 적용된다. 의학적 판단으로 이 부위에 질환이 있거나 의심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발표된 2017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로 전년 보다 겨우 0.1%포인트 상승한 걸로 나타나 문재인케어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17년 보장률은 전(前) 정부 정책의 연장선에 있었고 문재인케어는 하반기에 일부 반영됐다”면서 “2018년부터 본격 추진된 MRI나 초음파검사 건보적용, 선택진료비 폐지, 2·3인 병실 급여화 등의 성과가 나타나면 전반적으로 보장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대장·콩팥 초음파 2월부터 건보 확대… 검사비는 절반 이하 ‘뚝’
입력 2019-01-2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