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사태’ 최대 피해자는 민평당?…손 지지세에 “일시적 바람”

입력 2019-01-28 04:00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대철·권노갑 상임고문, 정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평화당은 이날 회의장 벽에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을 하나 더 걸면서 ‘DJ 적통’임을 강조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손혜원 의원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간 ‘목포 부동산 공방’이 민주당과 평화당 간 내년 총선 경쟁의 ‘예고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두 당은 이념적으로는 공생 관계이지만 선거 때에는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경쟁 관계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힘 있는 여당’과 ‘호남 거점 야당’이라는 대결 구도가 벌써부터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화당은 다음 달 1일 광주 송정역과 전주역에서 귀향 인사를 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여야 정당 지도부가 서울역이나 용산역을 찾는 관례와 달리 ‘텃밭’인 호남에서 귀향 인사를 하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27일 “최근 당 회의실에 김대중(DJ) 전 대통령 사진을 걸면서 상임고문들을 모셔온 것이나 호남에서 귀향 인사를 하는 것 모두 당 결속을 다지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평화당은 손 의원에 대한 목포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손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또 손 의원 논란으로 불거진 ‘이해충돌방지 조항’ 법 제정을 위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를 초청해 최고위원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평화당의 다른 관계자는 “손 의원 지지는 ‘떴다방’으로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라며 “목포에서 (손 의원에 대한 지지는) 반(反)박지원 쪽 민주당 사람들, 정의당 쪽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화당이 바짝 견제에 나선 것은 손 의원을 향한 우호적인 목포 여론이 호남의 여당 지지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손 의원은 ‘이해충돌 논란’ 탓에 민주당 당적을 잠시 내려놨지만 사실상 여당 의원과 다름없다. 손 의원은 이미 박 의원에 대해 “배신의 아이콘이자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뜻이 있는 후보의 유세차에 함께 타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박 의원은 이날 정부·여당에 화살을 겨눴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거론하며 “신년 기자회견, 북·미 간의 청신호로 지지도 상승을 예상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호재를 살리지 못하고 정쟁을 방치하거나 말려든 어리석은 행보로 결국 대통령께 책임이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최근 손 의원에 대해 “투기의 아이콘”이라고 비판한 이후 이번에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것이다.

평화당은 현역 의원 14명 전원이 광주, 전남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은 민주당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정계 개편이 없는 한 호남의 모든 지역구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업은 민주당 후보와 평화당 현역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화당의 한 지역위원장은 “호남에서는 민주당 말고 다른 대체재, 보완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평화당이 전열 정비가 안 되고 아직 대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당이 독주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임성수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