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불안한 봉합… 트럼프, 일단 퇴각후 비상사태 초강수?

입력 2019-01-27 19:19

미국 역사상 최장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시한부 형식으로 일단 해결됐다. 그러나 불안한 봉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25일(현지시간) ‘3주짜리 한시적 예산안’에 타협하며 정부 재가동에 합의했다. 상·하원은 이날부터 2월 15일까지 3주 동안만 연방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임시예산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이 예산안이 즉각 효력을 발휘했다. 35일 동안 연방정부를 마비시켰던 셧다운 사태가 한시적으로 풀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요하게 요구했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6조3800억원)는 ‘21일짜리 예산안’에 빠졌다. 대신 공화당과 민주당은 앞으로 3주 동안 상·하원 의원들로 양원 협의회를 구성해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문제의 해법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양원 협의회에서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 셧다운 사태가 재연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의회의 승인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 시간에 쫓긴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 언론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 항복, 패배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장벽 예산 반영 없이는 셧다운 사태 해결도 없다”며 “국민 안전의 문제에 관한한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존의 강경론에서 물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심의 분노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이라는 핵심 공약에서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추락하는 지지율과 러시아 스캔들 등 정치적 악재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3일 하원의장에 선출된 낸시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1차전에서 승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한시적 봉합의 방식도 펠로시 의장이 제안했던 ‘선(先) 셧다운 해결, 후(後) 멕시코 국경장벽 논의’ 수순과 일치한다. 펠로시 의장은 “단결은 우리의 힘”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과소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도 이대로 물러설 분위기는 아니다. 그는 26일 트위터에 연이어 글을 올리면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의지가 꺾이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1일은 매우 빨리 간다”면서 “민주당과의 협상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트위터 글에선 “강력한 장벽이 있었다면 캐러밴(중앙아메리카 이민자 행렬)이 멀고 위험한 여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장벽은 세워질 것이고 범죄는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분축적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멕시코 장벽 건설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합의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3주 동안의 여야 협상에 미 정국의 향방이 달려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셧다운 사태가 해결됐지만 미 연방정부가 제 기능을 완벽히 되찾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셧다운은 봉합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예정대로 29일 열릴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