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업계로부터 ‘망 사용료 무임승차’ 비판을 받아온 페이스북이 KT에 이어 SK브로드밴드에도 캐시서버 구축 및 전용회선 비용(망 사용료)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망 사용료 지불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반면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급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24일 SK브로드밴드와 2년 망 사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 등 구체적 협상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망 사용료는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데이터 과부하를 일으킨 데 책임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선 통신사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7월부터 협상 중인 KT와도 망 사용료 계약을 연장하고, LG유플러스와도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복수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해 왔다.
망 사용료의 대가인 캐시서버와 전용 회선 구축은 고화질 동영상처럼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인터넷 기업이 서비스 속도를 올리기 위한 필수 인프라다. 다만 여기 들어가는 비용을 통신사가 전부 부담해야 하느냐, 인터넷 업체와 분담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대부분 해외 인터넷 업체는 ‘통신사 전액 부담’ 입장이다. 속도 등 인터넷 품질을 유지하는 건 통신 가입자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있는 통신업체의 의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 업계는 ‘무임승차’라고 반박한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 유명 인터넷 업체들이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망 사용료를 지급해온 전례가 있는데다 인터넷 업체들의 데이터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과부하 부담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인터넷 업체들의 망 사용료 미지급에는 ‘버티면 이긴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캐시서버·전용회선 구축이 지연돼 국내 서비스 속도가 느려질수록 국내 통신사들이 이용자 불만에 시달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통신 3사는 과거 구글 유튜브의 무상 캐시서버 구축 요구에 밀려 망 사용료를 못 받고 있다. 넷플릭스 또한 LG유플러스에 전용 캐시서버를 뒀지만 망 사용료는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페이스북은 오래전부터 KT에 캐시서버를 두고 매년 100억~200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 ‘무임승차’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2016년 통신 정책 변경으로 타 통신사들의 KT 캐시서버를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타 통신사들이 자사 캐시서버 구축을 요구하자 페이스북이 부담을 통신사에 떠넘겨 ‘무임승차’ 비판에 휩싸였다.
국내 통신사들은 앞으로 해외 인터넷업체로부터 정당한 몫을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IPTV(인터넷TV) 영향력 확대’ ‘망 사용료 무임승차 문제의식 확산’ 등으로 통신사들이 협상력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페북, 국내 망 사용료 더 내는데 구글·넷플릭스는 ‘배짱’
입력 2019-01-27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