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투아웃 역전, 옛말 되나… 야구 7이닝제 논란

입력 2019-01-27 20:12 수정 2019-01-27 21:17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시작된다.” 야구계에서 흔히 쓰이던 이 말이 사라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26일(한국시간) WBSC가 주관하는 일부 국제대회의 정규이닝을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긴 집행이사회 결과를 알렸다.

이닝 축소가 가장 먼저 적용되는 대회는 2020년 23세 이하 야구월드컵이다. 2021년 열리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도 7이닝 경기가 도입된다. 단 연령별 대회가 아닌 프리미어 12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그대로 9이닝으로 진행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현행과 방식이 같다.

WBSC는 침체된 야구 국제대회의 인기를 올리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지루하고 길다’는 야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한 것이다. 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에서 퇴출됐고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12년 만에 복귀한 상태다. WBSC는 야구가 올림픽에 계속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려면 통상 3~4시간 걸리는 경기시간을 줄여 박진감과 빠른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야구계에서 경기 시간 축소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 WBSC는 9이닝이 지난 뒤에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연장에 진입할 경우 10회 무사 1,2루부터 경기를 진행하는 승부치기를 베이징올림픽 때 처음으로 도입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의 메이저리그도 자동 고의4구 제도를 신설했으며 한국프로야구(KBO)는 지난해부터 12초 투구룰을 위반한 투수에게 벌금을 매긴다.

하지만 이닝 축소는 경기의 룰을 바꾼다는 점에서 반론이 만만찮다. 야구 종목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자칫 야구 종목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27일 “이닝이 줄어들면 1군 엔트리도 그에 따라 줄어들고, 선수도 그만큼 덜 필요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야구 발전도 더뎌질 것이다.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근 젊은 세대가 빠른 승부를 원한다. 이닝을 줄이는 것은 장점이 분명히 있다”며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이어 “이닝 축소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며 “마운드 운용 방식과 상하위 타선 개념 모두 크게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7이닝 경기에 익숙해진 아마추어들이 9이닝으로 진행되는 프로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초반부터 팀이 크게 뒤질 경우 감독이 경기를 빠르게 포기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