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금수저’ 北 김혁철, 비건의 새 파트너 된 이유

입력 2019-01-28 04:00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이 지난 26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첫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은 핵·미사일 선전 내용은 제외됐고, ‘아리랑’ ‘중화사랑’ 등 북한과 중국에서 인기 있는 노래 등으로 꾸며졌다. 28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망 캡처
북한이 김혁철(사진) 전 주스페인 대사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새로운 카운터파트로 내세운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관 가문 출신 ‘금수저’인 김 전 대사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40대이며, 리용호 외무상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으로부터 ‘협상전략’ 수업을 제대로 받은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에 따르면 김 전 대사의 부친은 노동당 국제부에서 근무했고 2000년대 초반 주캄보디아 대사를 역임하고 퇴직했다. 김 전 대사는 평양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한 뒤 2000년대 초반 외무성에 들어왔다.

외무성 입직 후 외교정책·전략을 수립하는 정책국(9국)에서 근무한 김 전 대사는 북핵 6자회담과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관련 대응에서 공로를 세워 초고속 승진했다고 한다. 그는 2009년 외무성 9국 부국장으로, 2012년에는 외무성 참사로 승진했다. 30대에 부상급인 참사로 승진한 것을 두고 태 전 공사는 “북한 외교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어서 모두 놀랐다”고 전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평양에서 발간된 인명록을 근거로 김 전 대사가 1978년생, 즉 현재 41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그가 40대 중후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 24일 공개한 주에디오피아·수단 대사 출신 김혁철과 김 전 대사는 동명이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대사는 외무성 내 대표적 전략통이다. 그는 외무성 9국을 관장하던 리용호 현 외무상이 발탁해 교육했고, 2005년에는 6자회담 북측 단장이던 김계관 현 제1부상의 연설문을 작성하는 자리까지 올라갔다. 태 전 공사는 “김혁철은 젊었을 때부터 김계관, 리용호에 의해 체계적으로 양성된 전략형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2014년 주스페인 대사가 된 김혁철은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때문에 스페인에서 추방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 전 대사를 앞세워 대미 협상 창구의 다원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27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비건 대표가 스웨덴에서 신뢰 구축과 경제개발, 장기적 관여 정책을 논의했다고 했으니 최 부상은 거시적 차원의 총론을, 김 전 대사는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양측의 각론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비건 대표가 최 부상과 김 전 대사를 직접 상대할지, 국무부 내 다른 실무팀이 김 전 대사와 협상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김 전 대사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를 수행했다는 것은 외무성이 아닌 통일전선부가 대미 협상 컨트롤타워로 확정됐다는 의미”라며 “최 부상은 비핵화 조치 협상을 맡고, 김 전 대사는 통전부 주도 하에 ‘관계 개선 및 미국의 상응조치’ 관련 협상을 지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전 대사가 아예 통전부로 이동 배치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