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저소득층 노인의 기초연금 수급권 박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기초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나이인 만 65세가 그 이상으로 높아지면 저소득 노인의 빈곤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4일 ‘노인연령 상향 논의’를 제안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노인 연령이 70세가 넘는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들은 이를 검토할 태스크포스(TF)를 만든다.
복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7일 “선진국에선 노인이란 개념이 은퇴 시점인데 우리나라는 고령자고용촉진법만 해도 60세에 퇴직하도록 돼 있다”며 “정부가 마치 ‘우린 노인한테 돈 쓸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의 수급권 탈락 문제를 지적했다.
기초연금은 현재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최대 25만원씩 지급된다. 올해 4월부터 소득 하위 20% 노인은 최대 월 30만원을 받게 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여기에 정부는 기초연금으로 국민연금이 채워주지 못하는 노후소득을 보전해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편안 4가지 가운데 2안은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월 30만원일 때보다 재정이 매년 5조원 넘게 더 든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은 기초연금 재정 절감의 ‘묘수’가 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기초연금 재정소요 추계’ 보고서를 보면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만 65~69세가 받은 기초연금은 1조3947억원으로 전체의 25.2%다. 수급연령을 70세로 높이면 이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수급자의 4분의 1인 65~69세 130만명의 수급권 박탈을 의미한다.
2015년 아산정책연구원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70세로 올리면 2030년 9조4700억원가량의 예산절감 효과를 보지만 수령인수가 286만명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당장 내년부터 수급 연령을 67세로 높이면 예산은 65세일 때보다 2조1100억원 절감되지만 수령인구가 84만7000명 감소한다.
전문가들은 노인연령 기준을 올린다면 나이를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보다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일괄 지급하며 수급 연령을 67세로 올리는 대신 연령대별로 수급 비율을 달리하는 차등지급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빈곤이 특히 심각한 소득 하위 20~30%에 집중 지원해 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노인연령 65→ 70세로 올린다는 정부…전문가 “노인에게 돈 안쓰겠다는 말”
입력 2019-01-27 19:23 수정 2019-01-27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