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앞두고 ‘선(先)법관, 후(後)정치인’ 방침을 정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법관들을 1차로 기소한 뒤 재판을 청탁한 박근혜정부 인사들,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2차로 사법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재판 개입을 실행한 ‘주범’이 수사의 우선순위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다음 달 초중순 재판개입·법관사찰 등을 이행한 전·현직 법관을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지난 24일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만료일은 다음 달 12일이다. 검찰은 12일 전까지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는 한편 사건에 연루된 100여명의 전·현직 법관 중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별할 방침이다.
기소 대상으로는 고법 부장판사(차관급) 이상 고위급 법관들이 주로 언급된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재 변호사)은 기소가 확실시 된다. 차한성 전 행정처장, 이인복 전 대법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실장,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를 받고 ‘강제징용 소송’,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직접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행정처의 정책을 반대한 법관들에 대한 사찰 및 인사 불이익 조치를 지시하고 실행한 혐의도 받는다.
사건에 연루된 법관 규모에 비해 사법처리 대상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검찰이 ‘최종 지시자’인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한 만큼 하급자를 무더기 기소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다만 정다주, 박상언, 김민수, 시진국 부장판사 등 사건 당시 행정처에서 사법농단 관련 보고서를 다수 작성했던 심의관들은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법관들을 기소한 뒤 재판을 청탁한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점은 2월 말로 예상된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 유동수·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등 재판을 청탁한 여야 정치인들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강제징용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를 청탁한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후순위’인 것은 법관들에 대한 범죄 혐의가 먼저 명확하게 가려져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어디까지나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주범은 고위 법관들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주범에 대한 수사를 탄탄히 마쳐야 공범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이튿날인 지난 25일 소환 조사한 뒤 이틀 연속 부르지 않았다. 그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처럼 묵비권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
법관 기소 후 정치인 손본다…檢, 사법농단 수사 시간표
입력 2019-01-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