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에서 대기업과 현직 공무원이 관여된 조세심판원 로비 의혹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가 총리실, 감사원과 함께 공직기강협의체를 구성한 직후 시작된 이번 조사가 공직기강 고삐 죄기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27일 조세심판원 등에 따르면 총리실 공직기강관리관실은 대기업 2곳과 관련된 조세불복 사건 심판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등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주에 현직 심판관과 실무진을 포함한 조세심판원 소속 공무원 4~5명을 대면조사했다.
총리실은 거액의 세금을 부과받은 기업이 기재부에 ‘예규’(세법 해석)를 요청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세청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예규가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기재부가 조세심판원에 해당 예규를 심판 결과에 반영하라고 압력을 가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조세심판원이 국세청 과세를 부당하다고 결정하면 대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기업은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이미 낸 세금에 이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기재부가 2016년에 조세심판을 진행 중인 사건에도 예규를 만들 수 있게 세법 시행령을 바꾼 이후 여러 경로로 조세심판원에 대한 외압이 빈번했다”면서 “기재부 예규가 세법 해석을 넘어 해당 과세 사건의 사실관계 판단에 개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016년 조세불복 중인 사건까지 예규를 만들 수 있도록 확대했다. 올해 초 세법 시행령 개정에서는 조세심판원이 조세불복 사건을 심의할 때 기재부의 관련 예규가 있으면 모든 심판관이 참여하는 합동회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며 취소했다.
총리실 공직기강관리관실은 일단 조세심판원 감사관실을 통해 내부 조사를 진행한 뒤 기재부로까지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관련 제보가 접수돼 총리실로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심판원 고위 관계자는 “심판관 등을 조사한 것은 자체적으로 한 게 아니라 외부에서 지시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로비 의혹을 강하게 반박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로비 의혹이 불거진 2개 사건 모두 민간인이 포함된 예규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심지어 조세심판원 결정에서 기재부 예규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업이 모두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청와대에 제보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집권 3년차를 맞아 공직기강 강화를 강조하며 비리 발생 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대통령 직속 재정특별위원회는 조세심판 등 조세불복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 방안을 강구 중이다.
▒ 키워드 : 예규
정부의 법률 해석. 세법의 경우 납세자는 1차적으로 국세청에 예규를 요청해야 한다. 재검토를 원하면 국세청 회신문을 붙여 기획재정부에 2차 최종 회신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이후 국세청이 이미 부과한 세금의 경우 납세자가 기재부에 곧바로 유권해석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법을 만든 기관이 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한다’는 원칙에 근거해 세법 예규의 최종 권한은 기재부에 있다.
세종=이성규 전슬기 정현수 기자zhibago@kmib.co.kr
[단독] ‘예규 로비’조사 착수… 공직 기강 고삐 죈다
입력 2019-01-27 19:10 수정 2019-01-27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