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8개월내 아프간 철군” 탈레반 평화협상 급물살

입력 2019-01-27 19:17
올 1월 15일 나토군 아프간 파견 사령관 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인 존 니콜슨 장군이 현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군은 최근 10월 18일 아프간의 칸다하르 주에서 현 사령관인 제프리 스마일리 장군이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주둔 미군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조만간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아프간 반군 탈레반의 아프간 전쟁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다. 미군은 2001년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붙잡기 위해 아프간을 침공한 후 18년간 주둔해 왔다.

미국과 탈레반이 지난 20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회담을 벌인 끝에 18개월 이내에 아프간에 주둔 중인 외국군을 철수시킨다는 내용의 평화협정 초안에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사 1만6000여명이 주둔하고 있고 이 중 1만4000명이 미군이다.

회담을 주도한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는 트위터에 “이번 회담은 과거보다 더 생산적이었다. 우리는 핵심 쟁점들과 관련해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탈레반도 아프간이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국제테러조직의 거점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미국에 약속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관련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헤크마트 칼릴 카르자이 전 아프간 외무부 차관도 “이번 회담은 미국과 탈레반이 교전을 시작한 이래 협정 타결이 가장 임박한 것”이라며 “양측 모두 진지하고 헌신적이어서 협정이 타결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릴자드 특사는 “모든 것이 타결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타결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에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직접 대화와 포괄적 정전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내전 상대방인 아프간 정부군을 미국의 꼭두각시 취급하며 대화를 거부해 왔다. 미국과 회담이 한창이던 지난 21일에는 아프간 중부 와르다크의 군사 정보시설에 폭탄테러를 해 126명을 숨지게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이 철수하면 정부군과 탈레반의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을 여러 차례 주선했지만 번번이 결렬됐다. 결국 내전이 길어지면서 내전 원인을 제공한 미군도 18년 동안 아프간에 발이 묶였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전쟁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 집권세력이던 탈레반에 9·11 테러를 벌인 알카에다의 수장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탈레반이 이를 거부하면서 아프간 침공이 시작됐다. 탈레반은 아프간 곳곳에서 나토 군대와 미군, 아프간 정부군을 상대로 내전을 벌이며 세력을 유지해 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