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동결 예상에 주요국들도 잇단 속도 조절

입력 2019-01-27 19:34 수정 2019-01-27 21:33
뉴욕의 증권거래소 모습. AP뉴시스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를 모색하던 세계 각국이 미국의 ‘숨 고르기’(금리 동결)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오는 30일 시작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주요국은 잇따라 금리를 묶으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2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0~31일(현지 시간) 열리는 FOMC에서 연 2.25~2.50%인 연방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점도표를 통해 올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었다. 그 후 35일에 걸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가 벌어지고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는 등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게 금융시장의 지배적 시각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경제 전문가 27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올해 연준이 1회 금리를 올리거나 아예 동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이 발걸음을 늦추자 경기 둔화세가 뚜렷한 국가들은 재빠르게 동결로 돌아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4일 연 0.00%인 기준금리를 묶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경제성장 둔화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017년 7월부터 다섯 차례나 금리를 올린 캐나다 중앙은행도 지난 10일 기준금리(연 1.75%)를 동결하며 속도를 조절했다.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들도 지난 16∼17일 연이어 ‘금리 동결’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지난 6년간 한 번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일본은 울상이다. 일본은행이 지난 23일 기준금리(연 -0.10%)를 동결하자 취재진들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에게 “결국 일본은 한 번도 금리를 못 올리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다른 국가는 조금이나마 기준금리를 올린 뒤 완화 여부를 고심하고 있지만, 일본은 2013년 초부터 완화 정책만 펼치다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 총알’을 비축할 기회가 닫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입장에서 주요국의 속도 조절은 긍정적 소식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인 상황에서 물가와 성장률 흐름을 지켜볼 수 있어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드러냈다. 동결 흐름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