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어린이 전도엔 ‘방방’이 효자”

입력 2019-01-28 00:01
서울 좋은나무교회 성도들이 26일 전북 부안 운호교회 앞마당에 방방(트램펄린)을 설치하고 있다.
방방 설치 후 지역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강우 서울 좋은나무교회 목사.
“위이잉.” 26일 전북 부안군 진서면 어촌마을에 핸드 그라인더로 쇠파이프를 깎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해 바닷바람은 쌀쌀했다. 하지만 녹색 조끼를 입은 5명의 작업자들은 운호교회(서정용 목사) 앞마당에 가로 4m, 세로 3m, 높이 3.5m의 ‘방방’(트램펄린)을 설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울 좋은나무교회(이강우 목사)가 농어촌 미자립교회에 어린이용 놀이기구인 방방을 무료로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교회 옥상에 방방을 설치했더니 동네 어린이들이 몰려들었다. 방방이 최고의 전도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교회는 교파를 초월해 지금까지 81개를 설치했다. 개당 설치비를 400만원으로만 계산해도 총 3억2000만원이 넘는다.

김상헌(47)씨는 “초창기에는 일일이 용접해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공장에 주문·제작한 자재를 현장으로 배송한다”면서 “조립으로 작업패턴을 바꾸면서 제작시간이 대폭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자동차정비업을 하는데, 매달 1회 휴가를 내고 전국을 다니며 이 일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면서 “놀이기구가 없는 농어촌 마을에선 방방이 최적의 전도 도구”라고 설명했다.

제작팀은 5인 1조가 돼 움직인다. 교회에는 이런 팀이 3개 있다. 재원은 성도들이 내는 절기헌금에서 100% 충당한다. 작업은 쇠파이프 틀 조립으로 시작된다. 4개의 뼈대를 바닥에 고정하고 지붕을 만들어 그 위에 올린다. 탄력판에 스프링을 걸어 고정한 뒤 보호대를 설치한다. 기둥은 두꺼운 스티로폼으로 감싼다. 어린이들이 뛰면서 다치지 않도록 초록색 그물을 팽팽하게 당겨서 흰색 케이블 타이로 고정한다. 그물을 잡아당기던 김철민(47)씨는 “방방을 설치한 농어촌교회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고 했다. 김충범(47)씨는 “방방에서 뛰어놀며 웃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작업은 철제 발판을 설치하고 문짝을 달면 끝난다.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오후 4시쯤 마칠 수 있다. 조국현(39)씨는 “새벽 5시 서울 송파구 교회에서 출발해 오전 8시 30분 현장에 도착했다”면서 “매달 행복한 소풍을 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턴 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5㎞ 안에 있는 곰소와 마동 지역 어린이 수십명이 몰려왔다. 김동현(13)군은 “교회에 방방이 생긴다는 소문이 동네에 쫙 퍼져 있다”면서 “빨리 곰소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 12명을 모두 데리고 와 방방도 같이 타고 교회에도 다니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은 7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이강우 목사는 “우리 교회의 장년 출석 성도는 240여명이지만 한국교회를 위한 일이라면 교회의 자원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방방 설치 후 교회에 출석하는 어린이들이 몇 배 이상 불어났다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좋은나무교회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으로부터 전국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2014년 ‘신천지 퇴치를 위한 교회됨의 기도 40일’ 책자 13만권을 배포했던 강소(强小)교회다. 트램펄린 설치 신청은 교회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설치할 장소가 있고 어린이 전도에 분명한 의지를 지닌 교회라면 신청 가능하다.

부안=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