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규제 피해… 일본서 신사업 벌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입력 2019-01-28 04:03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신사업 기회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규제가 촘촘하고 신사업 도입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발생하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시작하는 게 위험부담이 적다고 보는 것이다. 제조업 공장뿐만 아니라 서비스업도 해외로 이탈하고 있는 셈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한 네이버는 일본에서 자회사 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금융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라인은 지난해 11월 말 일본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과 함께 은행을 만들기로 하고 ‘라인 뱅크 설립 준비 주식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일본 내 이용자가 월 7800만명에 달하는 라인의 사용자 기반에 미즈호 은행의 은행 업무 노하우를 접목해 사용하기 쉬운 ‘스마트폰 은행’을 만든다는 목표다. 라인은 투자, 보험,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네이버가 한국과 일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정보통신기업은 지분의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한 것이지만 네이버가 뜻대로 사업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아무래도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걸림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라인과 미즈호는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가지고 합작 회사를 만들었다. 자본금은 20억엔(약 205억원)이다. 지분 구조상 두 회사의 의견만 잘 맞으면 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셈이다.

라인은 소니와 손잡고 일본에서 원격의료 서비스에도 진출했다. 라인은 소니 자회사인 M3와 온라인 의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라인 헬스 케어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M3는 약 27만명의 의사와 16만명의 약사가 활동하는 의료 관련 온라인 서비스 업체다. 라인과 M3는 라인 플랫폼에서 원격 건강 상담, 온라인 진료 등을 할 예정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원격으로 처방받은 약을 배달해주는 처방약 택배 서비스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20년까지 재택 의료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은 1997년 원격진료를 도입했으며, 기술 변화에 맞춰 제도가 계속 개선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원격진료가 불법이어서 관련 신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사업 거점을 일본으로 삼았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블록체인 지주회사 카카오G를 일본 도쿄에 설립했다. 카카오G는 그라운드X, 그라운드1 등 카카오 블록체인 관련 회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사업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향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기술 리더십을 가져가기 위해 일본에 카카오G를 설립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우려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블록체인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일본 재팬택시와 함께 택시 로밍 호출 서비스 ‘카카오 T 재팬택시’도 시작했다. 한국에서 쓰던 카카오T 앱으로 일본에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