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가 사상 처음으로 전남 구례군에서 펼친 지역사회 C형간염 퇴치 프로젝트를 통해 숨어있던 C형간염 환자 17명을 찾아내 치료 지원에 나섰다.
간학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5일까지 3개월간 구례군 보건의료원에서 만40~79세 주민 4235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사를 진행했다. 이른바 ‘대한간학회가 간(肝)다-청정 구례 만들기’ 프로젝트다.
구례군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C형간염 발병 위험 연령대인 만40~79세 인구가 약 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한다. 군 내 병원급 의료기관이 1곳에 불과할 정도로 의료 접근성 또한 취약해 첫 프로젝트 시행 지역으로 선정됐다.
검진 대상자들은 C형간염 항체 검사, 바이러스 양(RNA) 측정, 유전자형 검사, 간 섬유화 정도를 확인하는 간초음파 등 여러단계를 거쳤고 최종 17명(남성 6명, 여성 11명)이 환자로 판정받았다.
C형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통해 전파된다. 한번 감염되면 70~80%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가운데 30~40%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된다. 대부분 무증상인 탓에 미리 검진받지 않으면 방치하기 십상이다.
구례군에서 발굴된 17명의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C형간염에 걸린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일 간학회 소속 전문의 2명이 직접 구례군으로 내려가 17명의 정밀 간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뒤 C형간염 치료제의 처방과 복약 지도를 했다. 이들은 앞으로 8~12주간 치료를 계속한 뒤 완치 여부를 판정받게 된다.
C형간염 확진을 받은 김모(59)씨는 “그간 전혀 모르고 살았는데, 돌이켜보면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고 두 세차례 무허가 침술을 받았던 것이 문제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이번에 C형간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치료약도 지원받게 돼 참 다행이고 행운”이라고 말했다.
간학회 소속 서울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정용진 교수는 김씨에 대해 “보통 C형간염에 감염된 경우 술을 많이 마시면 빠른 시간 안에 간 상태가 나빠지고 간경변 등으로 진행되는데, 다행히 건강관리가 잘 돼 많이 악화되진 않았다. 8주간 약을 잘 복용하고 치료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대한간학회 양진모 이사장은 28일 “C형간염은 A, B형간염과 달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없고 비용 효과적으로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도 빠져 있어 조기 발견 및 예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C형간염은 치료만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최근 몇 년새 좋은 치료제들이 나오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 목표를 세우고 전세계적으로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전남 구례서 ‘숨어있는’ C형간염 환자 17명 찾아내 치료 지원
입력 2019-01-29 04:04